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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MD앤더슨 종신교수 김의신 박사의 癌이야기] - <3> 암은 전신병이자 만성질환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2. 7. 16:39

[MD앤더슨 종신교수 김의신 박사의 癌이야기] 입력 : 2011.10.11 03:14 chosun.com

        <3> 암은 전신병이자 만성질환

'튀는 암'은 항암치료 먼저… '얌전한 암'은 수술 먼저

 

온몸서 중구난방 크는 암은 항암제 쓴 뒤 암 덩어리 제거,

             한 곳서만 크는 순한 암은 수술로 없애는 게 요즘 추세


암 덩어리에 암세포 수兆개… 암 발견 당시 전이 가능성 커 무턱대고 제거하면 효과없어

한국에서 폐암에 걸린 환자가 지난해 이곳 MD 앤더슨 암센터에 왔다. 환자는 폐암 덩어리와 그 주변 폐를 다 절제하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했다. 그러니 빨리 수술을 해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조직검사를 해보니 암 세포의 성질이 재발이 잦은 '고약한 타입'이었다. 폐암 형태도 수술을 단박에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크기였다. 이곳 의료진은 먼저 항암제 치료를 하고 그것으로 폐암 크기가 줄어들면 그때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수술을 당장 받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수술에 매달렸다. CT(컴퓨터단층촬영)에서 뻔히 암 덩어리가 보이는데 불안해서 못살겠다는 것이다. 수술을 받으면 낫는다고 들었는데 항암제를 먼저 먹어야 한다니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과 한국 병원의 암 치료법 중에 차이 나는 것이 있다. 일부 한국 병원에서는 아직도 암 덩어리를 발견하면 무조건 수술로 일단 떼놓고 보자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예전에는 수술로 암을 제거할 수 있다면 수술이 먼저라는 게 원칙이었지만, 요즘 이곳 MD 앤더슨 암센터는 그런 생각을 접었다.

암세포의 행동 패턴을 설명하는 오래된 이론이 있다. '종자와 토양'(seed & soil) 설이다. 쉽게 말하면 폐암 세포는 폐에 가서 살림집을 지으려 하고, 유방암 세포는 유방에 가서 집 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눈에 띌 정도로 커진 암 덩어리에는 이미 수조개의 암세포가 있다. 그중에는 이미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다른 부위로 날아간 암세포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의 유방암 경우를 보자. 암이 유방에서 발견됐다고 유방을 싹둑 절제하면, 집 나간 유방암 세포는 살 집을 잃고 뇌나 뼈 등 다른 곳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 드물긴 하겠지만 암 덩어리부터 제거하면 뒤늦게 다른 곳에서 암이 재발할 수도 있다. 수술 잘되어 깨끗하게 나았다고 믿고 있다가, 암이 다른 곳에 재발해 낭패를 본 경우의 상당수는 그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암은 '전신병(全身病)'이다.

미국 휴스턴 텍사스주립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의사들이 특수 장비를 이용해 암수술을 하고 있다. 미국 병원에서는 암의 상태에 따라 수술보다 약(항암제)이나 방사선을 이용한 항암 치료를 먼저 하는 경우도 많다. /MD 앤더슨 암센터 제공
이곳 MD 앤더슨에서는 수술하기 전 조직검사로 암세포를 소량 떼어내고 분자생물학적 검사나 병리학적 조사로 암세포의 '성질'을 조사한다. 암세포가 증식을 빨리하는 고약한 타입인지, 중구난방으로 자라는 '튀는 형'인지, 암 발생에 관련된 유전자가 악성(惡性)인지 등을 파악한다. 그런 특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설사 수술로 뗄 수 있는 암 덩어리가 달랑 하나라도 수술을 먼저 안 한다. 본래 자리 잡은 '암 집'은 당분간 건드리지 않고, 항암제 치료로 만에 하나 집 밖에 나가 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먼저 소탕한다. 수술은 나중에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치료 효과가 좋다는 이유다. 그 사이 원래 있던 암 덩어리도 크기가 줄어들기도 한다. 물론 각종 검사에서 암세포 성질이 '얌전한 것'으로 나오면, 수술로 먼저 제거한다.

하지만 상당수 한국 암환자들은 수술에 목맨다. 종양내과와 외과가 잘 협동 진료하는 곳은 항암제·수술 복합 치료를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꽤 있다. 한국 의사들에게 환자를 설득해서 보다 확실한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 "환자들이 자기 몸에 암 덩어리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을 못 견뎌 한다"고 대답한다. 수술로 확 잘라내어 CT 사진에서 일단 암이 안 보여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인 사고가 아니다. 암 치료법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의술도 변한다. 미국의 여러 유명 암센터가 있는데 과거에는 수술 잘하는 병원이 최고로 꼽혔는데, 최근에는 항암치료와 수술을 조화롭게 잘하는 암센터의 명성이 더 올라갔다.

한국 병원의 암 치료 형태 중에서 또 하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서울의 몇몇 대형 병원에 암 환자가 너무 집중돼 있다. 유명 의사한테 수술만 잘 받으면 암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MD 앤더슨이 세계 최고 암센터라고들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도 고칠 수 있는 '일반 암'을 여기서 치료받겠다고 먼 곳에서 찾아오는 미국 환자는 드물다. 다른 병원에서 고치기 어려운 복잡한 케이스이거나, 암 종류가 매우 드문 것이어서 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없을 때 주로 이곳에 온다. 한국처럼 무조건 서울 대형병원을 찾는 식은 아니다.

암은 편안한 마음 상태에서 편리한 환경에서 꾸준히 치료받아야 잘 낫는다. 그런 면에서 암은 평생 꾸준히 관리하고,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출처 : 따뜻한 봄 양지녁
글쓴이 : 봄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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