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생의 가운데에서 만나다

나의 짧은 산책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5. 5. 26. 10:32

소아암 생의 가운데에서 만나다

 

4부 소아암 생의 가운데서 만나다.

 

나의 짧은 산책

 

Writted by 홍바라기

 

몇 해 전 여행지에서 따뜻한 햇살과 맑은 바람이 좋아 혼자서 그 동네를 산책 삼아 걸었다.
골목 안쪽에 넓은 마당을 가진 오래 된 건물이 있어서 무심코 발걸음을 안으로 향했고 주인은 출타 중인지 마당에서 개 3마리만 낯선 사람이 와도 짖지 않고 날 반갑게 맞아주었다.
발걸음을 돌려 나오는 순간 촌노(村老) 한 분이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였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대문을 나오는 순간, 촌노(村老)께서도 가든 길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어디서 오셨소"
"경상도에서 왔습니다"

이어서 몇 발자욱을 걷다가 다시 나를 돌아보며


"어떻게 오셨소"
"네, 햇살이 좋아서 걷다보니 여기까지 와 있었습니다"

이어 또 몇 발자욱을 걷다가

"몇 살이오"
"마흔 넷입니다"

이어 또 몇 발자욱을 걷다가

"어떤 종교나 사상, 신념이라도 사람을 살리는 일이 되지 않으면 않돼오"
"네, 어르신"

그리고 또 한 두걸음을 걷다가 나를 다시 돌아보며

" 나도 젊었을 때 선배 노인들이 사람 살리는 장사를 해라고 했는데 그때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다오"
하시며 집안으로 들어가셨다.

이 선문답과 같은 대화를 나눈 뒤 나는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다.
그리고 도인(道人)같은 풍모를 전혀 느낄수 없는 촌노(村老)
와의 대화를 며칠동안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래, 욕심도 어떤 영욕도 버리고 순수하게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리라.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풀리지 않는 물음들이 남아 있다.
어떤 것이 바른 길이고 지금 이 자리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나는 또 사랑이란 이름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자만으로 숙(儵)과 홀(忽)이 혼돈(混沌)에게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의 행동과 말이 누구엔가 상처를 주고 움추리게 만들지는 않는가?

나의 짧은 산책은 긴 질문을 받아오는 여행이 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