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1. 22. 11:37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깍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ㅡ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