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자화상 - 윤동주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0. 30. 12:40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한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