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앤더슨 종신교수 김의신 박사의 癌이야기] 한국 대기업 회장도 4평 입원실… 그곳엔 VIP실이 없다
입력 : 2011.10.14 03:07
[6] 차별 없는 病치료
수년 전 암에 걸린 한국의 한 대기업 회장이 이곳 MD 앤더슨 암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그는 입원에 앞서 여러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 인근 호텔에 머물렀는데, 같이 온 가족과 수행원이 많아서 호텔 한 개 층을 다 빌렸다. 그리고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을 하는 날, 그는 병실 크기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1인실이라고 해야 13.2~16.5㎡(4~5평)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한국 병원의 1인실보다 작다. 그렇다고 특실이나 VIP병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란히 붙어 있는 병실 2개를 빌리려 했으나 병원 내규상 허용되지 않았다. 병실은 한 환자당 하나다.
MD 앤더슨은 575개의 병실을 운영하는데 모두 크기가 같은 1인실이다. 텍사스 주지사가 입원하나, 재벌 회장이 들어오나, 가난한 사람이 입원하나 같은 병실을 쓴다. 1인실을 운영하는 이유는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미국 문화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암 환자가 한곳에 모여 지낼 때 병원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립병원은 특실을 두는 경우가 있어도, 우리와 같은 주립대병원은 병실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
▲ MD 앤더슨 암센터 입원 환자 치료실 모습. 환자들은 누구나 똑같은 크기의 병실에서 치료를 받으며, 저소득층 환자에게는 자선 진료가 시행된다.
많은 사람이 MD 앤더슨은 진료비가 너무 비싸서 부자들만 오는 병원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물론 미국 병원의 진료비가 엄청나게 비싼 것은 사실이다. 암 진단에 쓰이는 PET·CT(양전자단층촬영) 비용이 한국에서는 80만원 정도지만 여기서는 7000달러(약 800만원)다. 의료수가가 10배가량 비싸다. 의료보험이 있어도 치료비의 20%를 자기 돈으로 내는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보험이 없거나 돈 없는 사람은 입원비 부담이 매우 크다.
그러나 저소득층 암 환자도 여기서 많이 치료받는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자선 진료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 해 전체 수입 약 3조3000억원의 9~10%를 자선 진료에 쓴다. 전체 환자의 10명 중 한 명은 자선 진료의 혜택을 입는다. 다른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다가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거나, 돈이 없어 결정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진료비를 병원이 지원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10년간 2조2300억원 규모의 자선 진료가 이뤄졌다.
병원은 무슨 돈으로 그 비용을 감당할까. 그 비결은 독지가들의 기부다. 성형외과에는 데이비드 장이라는 재미교포 의사가 있다. 닥터 장은 암으로 유방을 절제한 환자들에게 유방을 새로 만들어주는 재건술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얼마 전 그는 켄터키주에서 온 한 유방암 환자를 수술했는데, 너무 감쪽같이 결과가 잘 나왔다. 감탄한 그의 남편이 감사 표시로 500만달러(약 56억원)를 병원에 기부해 화제가 됐다.
병원 곳곳에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적힌 표지판이 널려 있다. 최근 한 독지가는 말기 암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했다가 죽음을 맞은 부인을 기리기 위해 300만달러를 들여 교회를 지었다. 병원은 교회 한구석에 부인의 초상화를 걸었다. 병원 앞 분수대가 낡았다며 리모델링에 쓰라며 기부하는 환자도 있었다. 이곳은 입원비(하루 1000달러)가 비싸서 웬만하면 환자들이 병원 주변 호텔에 묵는다. 이 호텔들은 로터리 클럽에서 돈을 모아 지은 것이고, 호텔 수익금은 모두 병원에 기부된다.
텍사스주 출신인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생일을 맞으면 스카이다이빙으로 상공에서 뛰어내린다. 그럴 때마다 부시의 친구들은 50만달러(약 6억원)를 모아서 병원에 기부한다. MD 앤더슨이라는 병원 이름도 목화사업으로 큰돈을 번 MD 앤더슨이라는 사람이 1940년대 초반 거액을 기부해 병원이 설립됐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곳 휴스턴 지역에서는 각종 자선 골프대회를 병원 이름으로 열고,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게 하나의 문화다. 유명인들은 그런 이벤트에 기꺼이 참여해 기부금 액수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
병원은 기부 개발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텍사스주에는 수백개의 정유회사들이 있고, 이를 소유한 이들은 어마어마한 갑부들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기부 개발팀은 이들의 명단을 갖고 있고, 이들의 건강 수명도 대략 짐작하고 있다.
병원은 1년에 한두 번 고급 리조트를 빌려 200~300명의 갑부를 초대해 파티를 연다. 건강 강좌도 하고, 연회 사이사이 교수들이 5분 정도 각종 최신 암 치료 현황에 대해 발표한다. 교수들은 그 자리에서 "전립선암에 정말 좋은 최신 방사선 치료기가 나왔는데 너무 비싸서 우리 병원에는 없다. 뉴욕에는 곧 들어간다고 하더라" 식으로 말한다. 그러면 갑부들이 수백만달러짜리 수표를 즉석에서 끊어주기도 한다.
미국 부자들은 자기 자식한테 유산을 많이 물려주지 않으니까 그게 가능하다. 각종 단체나 기관에서 주는 연구비, 환자와 독지가들의 기부 등으로 한 해 모이는 돈이 4600억원가량이다. 이런 게 MD 앤더슨을 세계 최고 암센터로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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