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길 -천상병-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8. 19. 10:57

길      - 천상병 -

 

가도 가도 아무도 없으니

이 길은 무인(無人)의 길이다

그래서 나 혼자 걸어간다

꽃도 피어있구나

친구인 양 이웃인 양 있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꽃의 생태여

길은 막무가내로 자꾸만 간다

쉬어가고 싶으나

쉴 데도 별로 없구나

하염없이 가니

차차 배가 고파 온다

그래서 음식을 찾지마는

가도 가도 무인지경(無人之境)이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참 가다가 보니

마을이 아득하게 보여 온다

아슴하게 보여진다

나는 더없는 기쁨으로

걸음을 빨리빨리 걷는다

이 길을 가는 행복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