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이길 수 있다]만성 골수성 백혈병 최종섭씨 | ||
죽음의 터널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후 평생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할 것을 약속했고 비슷한 처지의 환우들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글리벡 건강보험 적용' 싸움을 벌여 요구를 관철시켰다. 작년 12월에는 백혈병 환우들을 이끌고 안나푸르나봉을 등반하고 왔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시한부 1개월 최씨는 1990년 초부터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면서 아쉽지 않을 정도의 돈도 벌었다. 그 동안 모은 재산으로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볼까'하는 부푼 꿈에 들떠 있었다. 2001년 무렵 갑자기 볼펜 드는 일 조차 귀찮을 정도로 전신 쇠약이 그를 덮쳐왔다. 감기 몸살쯤으로 여기고 동네 의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혈액질환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간 기능 이상 정도로 여기고 그냥 하던 일을 계속했다. 증세가 점점 악화되는 듯하더니 그 해 여름 지인들과 저녁을 먹던 중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진단 결과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중기말'. 의사는 너무 늦었다며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백혈병은 백혈구가 이상 증식되는 혈액 암의 일종. 최씨의 경우 혈중 백혈구 수치가 정상치 4천~1만을 수십 배나 초과한 700,000을 웃돌고 있었다. 의사는 이 상태라면 한 달도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글리벡 치료 후 급속히 회복…완치 판정 하루종일 핏덩이를 토하며 생사의 문턱을 오갔다. 빠져나오는 피만큼 몸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시한부 선고에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의사가 '성분치료'를 제안했다. 성분치료란 혈액 속에 필요 없는 백혈구를 걸러내는 처치법. 이 치료를 항암주사와 병행했다. 타고난 건강 체질 때문인지 의사는 최고의 호전군(群)에 포함되었다며 공세적인 치료를 제안했다. 그래서 시작한 치료가 인터페론 알파와 면역치료. 성분치료 못지 않은 후유증과 고통이 따랐지만 이번에도 효과는 대성공. 행운도 따라 주었다. 이 무렵 '기적의 백혈병 치료제'라 불리는 '글리벡'이 개발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던 것. 최 씨는 글리벡 치료를 원했다. 처음엔 600ml부터 시작했는데 효과가 만점이었다. 의사는 약물치료로 이렇게 효과를 본 환자는 드물다며 기뻐했다. 자꾸 용량을 높여갔고 비례해서 각종 수치도 호전되었다. 그러던 2003년 7월 그는 의사로부터 '암 유전자가 없어졌다.'는 의학적 완치 판정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죽음의 추억'에서 빠져 나오는 환희의 순간이었고 우리 의학사 측면에서는 이른바 '1세대 글리벡 장학생'의 첫 출현이었다. ◆혈액암 환자에게 봉사 다짐 백혈병동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신음하는 많은 환자들을 목격했다. 같은 방에서 자던 환자가 밤새 세상을 떠나고 침대차에 실려 나갔던 옆자리의 동료가 불귀의 객이 되는 장면을 수없이 보아왔다. 신약 치료제가 엄연히 있는데도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목격했다. 생명이 화폐가치로 계량되고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죽음 속으로 내동댕이 처지는 현실…. 그는 침상에서 결심했다. 내가 이 병상에서 살아서 나간다면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최 씨는 퇴원하자마자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우회'를 조직하고 전국의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상담, 봉사를 시작했다. ◆ '글리벡 약값 인하' 20일 동안 농성 그의 봉사와 헌신은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이런 천사 같은 이미지 이면에 강골, 정의파, 선동가 투쟁 이력도 있다. 지난 2003년초 환자, 시민단체 회원들과 함께 국가인권위를 점거했다. 당시에 국내 발매된 글리벡의 약값이 너무 비싸 이를 바로 잡기 위한 투쟁이었다. 19박20일 동안 싸움을 통해 글리벡 약값 인하, 건강보험 적용을 이끌어냈다. 작년 5월엔 전국 130여 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루 산악회' 창립 등반대회를 가졌다. 초췌, 창백, 우울 이미지로 투영된 백혈병환자들에 대한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바꿔보려는 노력이었다. 더 나아가 작년 12월엔 백혈병 환자 7명을 이끌고 일반인들도 힘든 히말라야 등정에 도전했다. 7박8일간 해발 4,300m 안나푸르나봉 베이스 캠프까지 등정했다. 당시 안방의 심금을 울렸던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최진실, 손현주가 등반에 참여했다. 이들의 눈물어린 산행기는 공중파를 타고 전국에 소개됐다. 최 회장은 암에 걸려 행복하다고 말한다.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미움과 질시와 반목과 위선이 가득한 세상에서 세속적 이기에만 매달리다 또 그렇게 사라져갔을 것이다. | ||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작성일: 2006년 05월 24일 | ||
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날카로운 은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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