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유방암·대장암 수술 박정단씨스트레스도 ‘너는 참 착해’라며 참다보니 그예 ‘탈’‘사랑’하니 새 삶…보완의학적 요법에 명상 곁들여
박정단(43)씨는 요즈음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 웃음이 늘었고 주위 사람이 모두 귀하게 느껴진다. 남편, 아이, 시어머니, 친정 식구 등 가족이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임을 알게 됐다. 박씨는 “삶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내서인지 그는 젊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30대 후반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주름살도 또래에 비해 아주 적다. 친구들은 그를 ‘피부미인’이라고 부른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그가 최근 3년 동안 두 차례 암 수술을 받았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그는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행복해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돌아보니 정작 나를 돌본 적이 없어 3년 전만 해도 박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고, 일 때문에 정기 건강검진을 미룰 정도였다. 스트레스는 많았지만, ‘너는 참 착해’라는 말에 사로잡혀 꾹 참고 지냈다.
그예 몸에 탈이 났다. 2007년 2월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고 아팠다. 별 일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나빴다. 두 달 뒤 병원에 갔더니 유방암 3기라고 했다. 그해 6월 수술을 했다. 병원에서는 항암제 주사 8회, 방사선 치료 28회를 하라고 했다. 항암제를 세 차례 맞은 뒤 그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집에서 가까운 전남 화순의 암전문요양병원 라이프클리닉으로 갔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고, 또 자신에 대한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의 삶은 박씨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미슬토 치료, 비타민 요법 등 보완의학적 치료도 좋았지만 병원에서 진행하는 명상 프로그램과 상담이 크게 도움이 됐다. 가장 먼저 배운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
“돌아보니 그동안 자신을 돌봐준 적이 없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정작 나를 돌본 적은 없었던 것이지요. 요즘엔 이런 독백을 자주 합니다. 정단아 너를 너무 사랑한다. 네가 너무 좋다. 네가 이만큼 극복해주고 지탱해줘서 고맙다, 라고요. 아이들이 저보고 누가 제일 좋으냐고 물으면 나라고 답합니다.”
박씨는 요즈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됐다. 예전과 달리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참으려고 하지만 안 되니 도와주라고. 그렇게 지내자 화가 쌓일 일이 줄었다.
내 몸에 기도하니 항암제도 순한 양처럼
병원에서 배운 이미지 요법은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됐다. 박씨는 항암제를 맞기에 앞서 몸에 기도를 했다. ‘나는 너를 정말로 사랑한다. 항암제를 잘 받아들여 암을 꼭 이겨 내자.’ 주사를 맞을 때는 약물에 ‘나는 너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내 몸에 들어와서 나의 좋은 세포를 보호해주고 안 좋은 세포를 치료해주라’고, 몸에 대해서는 ‘사랑하는 세포들아 좋은 약이 들어왔으니 잘 받아들여서 함께 잘 이겨내자’라고 기도했다. 그런 마음으로 주사를 맞자 왠지 모를 희열감이 들었다. 구토 증세와 같은 후유증도 거의 없었다. 지난해 대장에서 3㎝ 크기의 암세포가 발견됐을 때도 그는 암세포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한 뒤 눈을 감고 그것을 떠올리며 ‘‘암세포야,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와 함께하고 싶으니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빌며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바뀐 모습을 상상했다. 암세포를 불로 태우고 물로 씻어내거나 숨을 크게 내뱉으며 암세포가 몸에서 나간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9월 복강경 수술로 암세포를 쉽게 깨끗이 제거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필요 없다고 했다.
박씨는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매일 2시간가량 등산을 하는 그는 요로법, 풍욕, 모관 운동, 쑥 뜸, 명상 등 암 요양병원에서 배운 여러 종류의 보완의학적 요법을 한다. 이와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선배’로서 다른 환자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일도 한다.
“암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요. 제 얼굴의 미소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들볶는 일을 그만뒀더니 아이들이 공부와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더라고요. 주위에서 1년만 직장을 더 다니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직장도 그만 뒀어요. 가계 소득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행복은 이전보다 몇 배가 더 커졌습니다.”
화순/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여러분들께 유익한글일것 같아 옮겨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