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생의 가운데에서 만나다

어느날 예고도 없이 암을 진단 받게 된다면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4. 3. 22. 11:17

소아암 생의 가운데에서 만나다

 

3부 사랑 받는 세포는 암을 이긴다.
 

어느날 예고도 없이 암을 진단 받게 된다면

 

                                                                                                               Writted by 홍바라기

어느날 예고도 없이 암을 진단 받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야말로 전혀 준비되지 않는 당혹스러운 만남은 우리를 그 자리에 가만히 세워 놓은체 아무 저항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어떤 가족은 의사의 진단을 듣는 순간 온종일 펑펑 우는가 하면, 또 어떤 가족은 아무말 없이 정신줄을 놓은 체 몇 날을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사랑하는 딸, 제 목숨보다 소중한 녀석의 암 진단을 받고는 며칠 동안은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밥을 먹을 수도 없었고, 물도 마시기 싫었고,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온 종일 멍한체 하늘만 보며 '낫을 수 있을까?', '얼마나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뿐 전혀 도움되는 일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허락한 시간은 많지 않았으며 의사의 조언 역시도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쳐 위험하다는 의견을 내었기에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허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굳은 다짐을 하였습니다.

" 내 목숨을 바꾸어서라도 내 딸은 반드시 내가 지킨다."

미친듯이 암에 관한 서적을 뒤지고 인터넷 카페의 글들을 읽었습니다.

대부분 처음 눈에 들어오는 책들과 글들은 '어떻게 하면 암을 낫는다.', ' 어떤 음식을 먹으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어떤 대체요법을 하면 암을 극복할 수 있다.'와 같은 것들이었으며 혹 '어떤 연구로 암세포가 사라졌다.'라는 기사를 보게 되면 곧 저에게도 보랏빛 희망이 다가오는 착각과 하루빨리 그 약이 시판되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암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암이란 무엇이지?'

'왜 내 가족에게 암이 왔을까?',

'암이란 내 삶에서 어떤 메세지를 가지고 찾아 왔을까?'

 

병원의 표준치료도 그러했고 많은 책들 역시 암세포의 사멸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지 암이 우리 삶에서 무엇이고, 암이 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또 우리 삶에 찾아 온 암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었습니다.

KTX 열차가 지나가기 위해서 터널을 뚫더라도 환경영향 평가와 우리의 삶, 국가의 발전을 이야기하고 도룡룡의 삶의 터전까지 박터지며 논의하는 세상이며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는 소식에 마을 주민과 구름비 바위의 삶을 놓고 바위를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이야기를 남기며 치열한 대립과 강등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암'이란 단어 앞에서는 모든 선절차가 무시되고 암세포의 사멸에만 촛점을 맞추고 매진한다는 것은 아주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암에 관해 기술한 책 중에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은 '암, 생과 사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다'라는 책이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제목과 달리 만족하지 못한 그냥 개인의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싯다르타 무케르지가 지은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라는 책이 암에 대한 방대한 생각과 역사 특히 미국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된 이야기들을 의료인의 입장에서 상세히 기술하였고 또 하나는 박송주 목사가 지은 '아빠는 목사 아들은 동자승'이라는 책은 목사로서의 시작을 바로 눈앞에 두고 소아암을 진단 받은 어린 아들의 이야기와 소아암을 이겨낸 아들을 위한 부모의 기독교적인 짊어짐에 대한 사고의 깊이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소아암 생의 가운데에서 만나다.'라는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가장 큰 이유는 암은 이렇게 하면 낫을 수 있다가 아니라 암이 저의 삶에서 가져다 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과연 홍바라기는 어떻게 치료를 하고 무엇을 했을까 많이 궁금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2부에서 림프종에 대한 표준치료에 이에 3부에서는 제가 생활하고 암에 대해 공부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실망을 가져올 수 있으니 이번에도 그냥 심각하지 않게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 암을 진단 받으신 분이나 그 가족분들이 만약 제 글을 읽으신다면 정유재란 이후 이순신 장군이 수군에 복귀하면서 선조에게 올린 장계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今臣戰船尙有十二(금신전선상유십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에게는 아직 지켜야 할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