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생의 가운데에서 만나다

생활 계획표 만들기, 역할분담과 다짐하기 - 1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4. 3. 25. 13:20

소아암 생의 가운데에서 만나다

 

3부 사랑 받는 세포는 암을 이긴다.
 

생활 계획표 만들기, 역할분담과 다짐하기 - 1

 

                                                                                                       Writted by 홍바라기

어느날 TV의 암보험 광고를 보니 앞으로 국민 3명당 암환자의 시대가 도래한다면서 유명 아나운서가 보험 가입을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암이란 것이 저나 저의 가족에게 올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암(癌)'이란 단어는 다른 나라, 다른 세상의 사람들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사랑하는 딸아이가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입을 막고 애써 울음을 참는 것 뿐이었습니다.

혹, 제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는 홍바라기는 '많이 배운 사람이다.', '암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그것은 오산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몰랐지만 꼭 알아야하기에 책도 읽고 자료도 찾아보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 시간이 이제 2년도 되지 못하는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초보 중에 초보라고 보시면 됩니다.

초보 아빠 홍바라기도 지금까지 하고 있기에 여러분은 분명 더 잘 하실 수 있습니다.

 

대학(大學)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습니다. 때론 우리네 삶은 모든 것을 다 배우고 익혀서 준비한 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부딪히는 실전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未有學養子而後(미유학양자이후)에 嫁者也(가자야)라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배운 이후에 시집가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암이란 단어가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저를 가장 크게 흔드는 단어는 바로 '죽음'이었고 다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시선' 즉 암에 대한 편견일 것입니다.

저 역시 뭐가 그렇게 잘났고 자랑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로 "내 딸이 암환자 입니다."라며 떠드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지난 날 서명운동을 하면서 여러분들에게 받았던 사랑에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조금씩 보답하고 싶었고, 또 제 기억에서 잊혀지기 전에 기록을 하고 글로 남김으로써 저처럼 처음 암의 소식을 듣고 어떻게 시작할지를 고민하고 마음의 아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환자와 그 가족분을 위해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또한 저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의 투병생활에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비록 아는 것이 부족하고 짧은 소견이지만 이렇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내 가족이 암을 투병하고 했다는 말을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하기까지는 엄청난 망설임과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도 저의 이런 행동과 활동이 과연 잘하는 행동인가라는 반문을 수도 없이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며 스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날 제 딸 녀석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는 내가 암에 걸린 것이 부끄럽나?" 

"나는 내가 잘못해서 암에 걸린 것이 아니라서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이제는 내 꿈을 꼭 이루어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우며 살꺼다."

암은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숨길 일도 아니며 더더운 부끄러운 일도 아니기에 그냥 뜻뜻하게 투병 생활하시고 주변의 지인들에게는 이러 이러한 상태이다고 말씀하십시오. 그래야만 여러 오해도 불식하고 투병생활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주 멜버른 암지원 그룹의 글 중에는 암에 관한 4가지 오해와 암을 진단받았다면 4가지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 암에 관한 4가지 오해

1. 암의 원인은 불확실하다.

2. 일반적으로 암은 고통 및 불시의 죽음을 연상시킨다.

3. 자신의 건강과 생명까지도 의사에게 맡기는 것 이 외에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4. 치료의 과정은 고통스럽고 그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다.

- 4가지 질문

1. 나는 정말 다시 건강해지기를 바라는가?

2. 나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겠는가?

3. 유독성(표준치료) 또는 무독성(대체의학, 통합의학) 치료 요법 중 어느 것을 써야 하는가?

4. 어떤 특정 요법을 이용할 것인가?

(출처 : 암은 이렇게 정복하고, 이렇게 예방한다!,  아이언 고울러 著) 

 

생활 계획표 만들기

처음 딸 아이의 암진단을 받았을 때 우리 주변에서 공공연히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수많은 요법과 각 나라에서 암에 특효라는 약초와 건강보조 식품을 찾아봤지만 이것들을 다한다면 아마 제 딸은 암세포의 공격 이전에 소화불량으로 더 위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마치 학창시절 방학 계획표를 짜듯이 1주일 단위를 놓고 우선 순위를 정해서 생활계획표를 작성하고 제 딸과 의논하고 합의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생활계획표가 작성되지는 못하였지만 시행착오와 여러번의 수정을 거쳐서 대체로 다음과 같이 하루 생활을 하였습니다.

 

1 순위는 세끼 식사와 잠자는 시간을 정했습니다.

저녁 취침 시간은 합의 끝에 저녁 10시 이전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정했고 그대신 낮잠을 자는 스케쥴을 넣었습니다. 밥먹고 잠자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반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오전에는 주변 산의 둘레길 코스를 1시간씩 걷는 운동 스케줄을 넣었으며 오후에는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하루에 3~4시간 정도 화상강의 수업시간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저녁에는 휴식과 품새하기,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였으며 이것만으로도 하루는 아주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다 지키기가 어려웠지만 식단표도 청소년 1일 권장 칼로리를 참조하여서 작성하였으며 식단표를 작성한 사유는 자칫 영양소의 불균형을 막고 과도한 육식이나 편식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점검표를 만들어서 냉장고 벽면에 붙이고 딸 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그날 한 것, 하지 못한 것을 OX 로 표시했습니다.

간혹 아이는 음식이 입에 맛지 않을 때 제가 퇴근하고 오면 오늘 엄마가 식단표대로 음식을 만들지 않았다고 저한테 이야기를 합니다.(우리집 식단표의 기본 정신은 딸이 맛잇게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그러면 아내는 반찬 투정과 고자질을 한다면 아빠 없을 때 보자고 협박 아닌 협박도 하면서 그렇게 웃으며 저녁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여러분도 투병생활에서 나름의 생활계획표를 작성하시어 생활을 해보시기 바라며 이때 유의하실 점은 조금은 헐렁하게 그리고 꼭 자기 혼자만이 생각하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넣어주십시오.

생활계획표를 짜 놓고 보면 하루 24시간이 그렇게 짧은지 금방 아실 것이고 기본 생활 계획이 셋팅이 된다면 이제는 그 시간을 어떻게 운용하고 음식과 습생을 어떻게 해야될지에 투자를 하시기 바랍니다.

 

역할분담

자신은 노력하지 않고 의사의 치료에만 의존한체, 아니면 누군가의 신비한 힘이나 약에 의해서 암을 고치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다시 한번 원점에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멜버른 암지원 그룹의 질문 '2. 나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겠는가?'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극단적으로 두 부류의 환자 유형이 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한 부류는 의사에게 "제가 병에 걸렸으니 고쳐주세요" 라고 한 부류는 "제가 병이 들었습니다.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양자 그룹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전자는 그 책임과 주체가 나가 아닌 남으로 수동적인 반면 후자 그룹의 접근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보다 동등하게 하면서 자신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타인(의사)에게 전가하지 않고 공동으로 추구하고 환자의 자기 결정권과 주도권을 쥐고 갑니다.

후자의 그룹이 많아질수록 앞으로 암환우의 권익운동이나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표준치료의 확립, 고가 항암제를 포함한 의료비 구조에 암환우의 목소리와 의견이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식층과 유명인사 또는 사회지도층이라고 해서 암은 피해갈 수 있는 질환이 아닙니다.

만약 이런분들이 암을 투병하고 또 치료가 끝나서 몸이 회복되셨다면 이제는 암환우의 권익을 위해서 사회 다방면에서 목소리를 내어주십시오. 이 또한 여러분의 역할분담이 될 것입니다.    

 

제가 가끔 암은 가족이 함께 헤쳐가야 할 질병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여타 질병은 병원치료나 약을 사용하고 조금만 생활습관을 바꾸어도 차도를 볼수 있지만 암은 그렇지 못하고 이렇던 저렇던 경제적인 것을 포함하여 가족의 도움이 지속되어야만 합니다.

특히 소아암 병동에 가보면 반드시 소아암환자 곁에는 24시간 아이의 부모 중 한분이 계십니다.

 

저희 가족의 역할분담은 이렇게 하였습니다.

먼저 저는 암치료에 있어서 정보를 모으고 공부를 하는 리더 역할을 하였습니다.

제 아내는 아이 곁에서 간병인이자 친구이자 엄마의 1인 3역을 하였습니다.

제가 어머님과 함께 살고 있기에 아이의 조모께서는 비록 연로하시지만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제 아들은 학교를 마치고 동생의 말벗이 되어주고 또 좋은 운동 선생이 되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언어와 세계가 있기에 그런 역활은 딸아이의 오빠가 훌륭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소소한 여러 역활들은 그때 그때의 형편에 맞게 나누어 하였으며 혹 여러분 가정에 연로하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계시다면 이 분들에 대한 소외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시기 바랍니다.

 

항암을 하는 암환자들 사이에는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닭발을 고와 먹기도 합니다.

1주일 간격으로 이 닭발을 손질하고 고으는 일은 제가 당번이었는데 어느날 제가 가스불에 찜솥을 올려 놓고 있다가 잠시 잠이 들었습니다. 고으는 것이 끝나는 것을 본 어머니께서 저를 도와주시기 위해서 무거운 솥을 드시다가 그만 힘이 빠져셔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없이 경미한 화상을 입으셨는데 저는 가만히 계시지 하면서 버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이때 저의 어머니께서 내 손주도 중요하지만 아들 녀석이 지 딸 때문에 미친듯이 사는 모습이 안타까와서 내 자식도 살려야하기에 그랬다면서 오랜 시간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이미 연로하시어 젊은 시절처럼 또 생각처럼 근력이 계시지는 않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더 깊기에 여러분들 가족 구성원에서 조부모님이 계신다면 그 분들 나름에서 하실 수 있는 일을 부탁하고 의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이 땅에 태어나 부모와 자식 또는 부부의 인연으로 살아가는 여러분의 가족에게 지금 비록 시련이 다가왔지만 인연의 힘과 사랑이 있다면 분명 해 볼만한 일입니다. 

저는 또 그렇게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하면서 한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Love letter  아빠가 바로 그때 이야기 속에 나오는 까치이니까

 

사랑하는 딸에게

 

옛날 옛적에 어느 선비가 과거를 보러 길을 가다가 구렁이가 아기 까치를 잡아먹으려 하고 아빠와 엄마 까치가 아기 까치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보았단다.

선비는 활을 쏘아 구렁이를 죽이고 아기 까치를 구해주었지.

그날 밤 선비는 어느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는 데 바로 선비에게 죽임을 당한 구렁이 아내의 집이었단다.

아내 구렁이는 날이 밝기 전까지 산 꼭대기에 있는 종이 3번 울리면 선비를 살려준다고 하였고 해가 떠오르기 직전에 목숨을 바쳐서 종에 부딪친 까치들 덕분에 선비는 무사히 길을 가게 된단다.

여기까지가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인데 OO도 잘 알지?

 

어젯 밤 너와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하다가 문득 10년 전에 니가 글을 잘 모를 때 읽어 줬던 동화책 생각이 나더구나.

그때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던 사랑스러운 나의 딸!!!

 

사랑하는 OO야 !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남을 돕는 마음은 참 중요한 것 같구나.

그냥 미물이라고 여기는 까치도 이렇듯 은혜를 갚고 감사할 줄 안다고 우리 조상들은 전하고 있으며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晋)나라에서 유래한 풀을 엮어서 은혜를 갚았다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고사성어도 있단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랑을 나누어 준다면 그 사랑은 언젠가 다시 눈덩이처럼 커져서 나에게로 되돌아 올 것이 분명하단다.

 

어제 '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 보내준 소아암 가이드북에 보면 '마더테레사효과'라는 글이 있단다 
남을 돕는 활동을 통하여 일어나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를 199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시행한 연구로써 테레사수녀처럼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

 

사랑하는 OO야 !

불가(佛家)에서는 지금의 만남이 수천 겁(劫)을 지나 이루어진 소중한 인연이라고 말한단다.

 

7천 겁(劫)은 부부가 되고, 
8천 겁(劫)은 부모와 자식이 되며 
9천 겁(劫)은 형제자매가 된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인연의 겁(劫)이란  우주가 태동해서 멸망하기까지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을 의미하며, 일겁(一劫)의 시간은 물방울이 떨어져 집 한 채만한 바위를 없애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하기도 하고 힌두교에서는 43억 2천만 년을 1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단다.

 

그렇지만 꼭 만나야 될 사연과 간절한 바램이 있다면 더 빨리 만나기도 한단다.

 

OO와 아빠는 이렇듯 오랜 기다림 끝에 너는 딸로, 나는 아버지로 만나 살아가니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겠니?

 

사랑하는 OO야 !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또한 반가운 손님은 항상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온단다.

니가 가는 길 항상 까치들이 반갑게 맞이해 줄 거야.

그리고 이번에 치료 다 끝나 완치되면 수많은 까치들이 OO를 또 반겨줄 것이라 아빠는 믿는다.

왜냐고?, 아빠가 바로 그때 이야기 속에 나오는 까치이니까. ㅋㅋㅋ

그러면 우리 딸은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

 

아빠는 그 까치처럼 평생 OO 옆에서 OO를 위해 살아가고 지켜줄게.

아빠는 오늘부터 또 간절히 하늘에 기도하련다.

다시 태어나도 언제나 OO의 자상한 아빠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사랑해~ 내 딸 OO~ 

 

사랑해 ♡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