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시를 잊은 시인

작별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22. 1. 31. 17:00

작별 / 서창범

 

 

헤어짐을 알려야 할 땐

하동마을 강가에서

마냥 그대와 밤을 지샐렵니다

머리 위 긴 강줄기 하나를 찾게 되면

그 속의 별자리를 더듬읍시다

 

어둠이 조금씩 깔려오면

조그마한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핍시다

크지는 않지만 밤새 타오를

모닥불을 만듭시다

싸늘함이 우리들에게 다가오면

나의 품으로 그댈 감쌀겁니다

 

밤새껏 얘기를 나눕시다

수 천 번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예전의 그 말들

새벽이 오고

다시 아침이 밝아오면

재와 연기만 피어오르는

모닥불을 남겨 놓고 떠납시다

마지막 인사로는

안녕이란 말 한마디에 족합니다

 

덜컹거리는 열차 칸에서

가슴 한 구석에 파고드는

그대 생각을

허탈한 한 조각 웃음으로

셈하렵니다

 

만나는 순간부터

이별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에

또 미소를 보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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