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서창범
헤어짐을 알려야 할 땐
하동마을 강가에서
마냥 그대와 밤을 지샐렵니다
머리 위 긴 강줄기 하나를 찾게 되면
그 속의 별자리를 더듬읍시다
어둠이 조금씩 깔려오면
조그마한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핍시다
크지는 않지만 밤새 타오를
모닥불을 만듭시다
싸늘함이 우리들에게 다가오면
나의 품으로 그댈 감쌀겁니다
밤새껏 얘기를 나눕시다
수 천 번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예전의 그 말들
새벽이 오고
다시 아침이 밝아오면
재와 연기만 피어오르는
모닥불을 남겨 놓고 떠납시다
마지막 인사로는
안녕이란 말 한마디에 족합니다
덜컹거리는 열차 칸에서
가슴 한 구석에 파고드는
그대 생각을
허탈한 한 조각 웃음으로
셈하렵니다
만나는 순간부터
이별의 준비를 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에
또 미소를 보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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