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지우(知己知友) / 서창범
1. 친구
한 날 한시에 태어나지 않으면서도
너와 난 친구가 되었다
한 가지에서 나진 않았지만
피를 나눈 형제처럼
어느 날
너와 난 친구가 되었다
서로 주고받는 말속에서
어느 누구가 먼저
친구 되어 주기를 부탁하지 않았지만
너와 난 친구가 되었다
2. 벗
내가 근심에 쌓여 있을 때
나의 등을 두드리며
살며시 술잔을 건네주던
넌 나의 벗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고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나와 같이 살아줄
넌 나의 벗이었다
다툼이 있어도
어느 누가 잘못했다는 말 할 필요 없는
다음날 다시 웃을 수 있는
넌 나의 벗이었다
3. 동무
네가 아무리 못나고
찢어지는 가난뱅이라도
넌 내 생명보다 소중한
내 동무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내가 북망산천으로 향할 때
넌 날 위해 밤새워 술 마시고 울어줄
내 동무다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넌 거문고 소리 잘 듣던
내 동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