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바위에서 / 서창범
저 높은 바위에
새 한 마리 산다고 불려진 이름,
독수리바위
나 어릴 적
바위를 지키던 그 새는 떠나고 없지만
수풍한서(水風寒暑) 견뎌 낸 바위는
오늘도 말없이
오가는 이들에게 쉴 자리 내어주네
바위가 나에게 묻는다
자신을 떠나 간 새는 잘 살고 있는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대답 대신
살포시 미소만 짓다가
애써 도심의 시가지를 바라본다
저 멀리 내가 사는 아파트가 보이고
가끔 산책하는 공원이 보이고
봉암갯벌에서 새때 한무리
남천을 거슬러 날아오르는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산 아래 보이는 대학은
일요일의 한가함에 고요하고
기숙사 앞 연못에는
파란 하늘과 구름이
그대로 내려와 앉아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스무살 이후 난 한번도 새가 궁금한 적이 없었다
바위를 지키던 새의 부재(不在)는 무관심이 연유
사랑을 잃은 새는 그렇게 자취를 감추고
멀리 날아 가버린 것이다
이제 나는 나에게 묻는다
정처 없이 걸어가는 이 길에서 지친다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인생의 길에서는 지친다면 어디로 날아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