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시를 잊은 시인

독수리바위에서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22. 1. 31. 16:37

독수리바위에서 / 서창범

 

 

저 높은 바위에

새 한 마리 산다고 불려진 이름,

독수리바위

 

나 어릴 적

바위를 지키던 그 새는 떠나고 없지만

수풍한서(水風寒暑) 견뎌 낸 바위는

오늘도 말없이

오가는 이들에게 쉴 자리 내어주네

 

바위가 나에게 묻는다

자신을 떠나 간 새는 잘 살고 있는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대답 대신

살포시 미소만 짓다가

애써 도심의 시가지를 바라본다

 

저 멀리 내가 사는 아파트가 보이고

가끔 산책하는 공원이 보이고

봉암갯벌에서 새때 한무리

남천을 거슬러 날아오르는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산 아래 보이는 대학은

일요일의 한가함에 고요하고

기숙사 앞 연못에는

파란 하늘과 구름이

그대로 내려와 앉아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스무살 이후 난 한번도 새가 궁금한 적이 없었다

바위를 지키던 새의 부재(不在)는 무관심이 연유

사랑을 잃은 새는 그렇게 자취를 감추고

멀리 날아 가버린 것이다

 

이제 나는 나에게 묻는다

정처 없이 걸어가는 이 길에서 지친다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인생의 길에서는 지친다면 어디로 날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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