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시를 잊은 시인

가을 정병산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22. 1. 31. 16:01

가을 정병산 / 서창범

 

 

정병산 오르는 길

가파른 비탈에 기대어

가쁜 숨 크게 호흡하고

시원한 물 한 모금에 잊혀지는 피곤함

 

도심의 아파트보다

더 가까이 하늘을 볼 수 있고

더 높게 치솟는 바람을 맞을 수 있고

작은 정자의 휴식이 기다리는 정상은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정상에서 달콤한 휴식을 보내고

능선을 타고 가는 길

가덕도 앞바다를 휘감아 돌고돌아

불모산을 타고 비음산을 넘어 온

바람은

고단도 할 것 같은데

이마의 땀을 상쾌하게 스쳐지나간다

 

이제 가을산 고갯마루에서는

도토리, 밤, 감이 한참 익어가고

쑥부쟁이, 산국, 이름 모를 가을꽃들로 가득차

바람따라 한들거리는 억새의 춤사위와

화살나무, 붉나무, 도토리나무의 고운 빛깔과 어울려

지나가는 등산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그렇게 정병산은

짙은 가을 향내를 뿜으며 익어가고

나는 그 속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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