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불국사 / 서창범
소슬소슬 비 내리는 불국사
사람들 발걸음마저 그치고
천년을 마주 보며 서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은
쓸쓸히 비를 맞고 있다
비를 뚫고 온 청춘남녀 한 쌍
두 손 꼭 잡고
탑 앞에 서서
사랑맹세 아름다워라
아뿔싸! 저 탑은 그 옛날 아사녀와 아사달의
가슴 아픈 전설이 서린 탑,
자신의 그림자조차 감춰버린 탑인데,
님들아 그 탑에서 사랑맹세하지 마라
불국사 주차장에는
내리던 비 그치고
조금 전 만났던 젊은 연인들도
집으로 돌아갈 시외버스를 다정히 기다리네
비 내리는 날,
그렇게 불국사에는
사람들이 혼자와서 물끄러미 탑을 보기도 하고
젊은 연인들이 탑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기도 하고
오늘도 그때처럼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계속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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