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시를 잊은 시인

비 내리는 불국사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22. 1. 31. 17:11

비 내리는 불국사 / 서창범

 

 

소슬소슬 비 내리는 불국사

사람들 발걸음마저 그치고

천년을 마주 보며 서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은

쓸쓸히 비를 맞고 있다

 

비를 뚫고 온 청춘남녀 한 쌍

두 손 꼭 잡고

탑 앞에 서서

사랑맹세 아름다워라

 

아뿔싸! 저 탑은 그 옛날 아사녀와 아사달의

가슴 아픈 전설이 서린 탑,

자신의 그림자조차 감춰버린 탑인데,

님들아 그 탑에서 사랑맹세하지 마라

 

불국사 주차장에는

내리던 비 그치고

조금 전 만났던 젊은 연인들도

집으로 돌아갈 시외버스를 다정히 기다리네

 

비 내리는 날,

그렇게 불국사에는

사람들이 혼자와서 물끄러미 탑을 보기도 하고

젊은 연인들이 탑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기도 하고

오늘도 그때처럼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계속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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