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시인(詩人) / 서창범
한 줄의 시도
적지 못하는 날이
몇 해 동안 시인을 괴롭혔다
시를 잊은 시인에게
시를 언제 잊었냐는 질문대신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으니
시인은 시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시를 잃은 시인에게
시와 어디서 헤어졌냐는 질문대신
작은 손을 흔들어 보이니
시인은 시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시인은
시를 잊어버린 것이 아니고
수줍음을 잊어버렸고
시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사랑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 있었다
시를 쓰지 못한 시인은
시를 찾아온다며 먼 길을 떠났고
아직도 시인은
여행 중이라는 소문이
시장 후미진 곳 모퉁이에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