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윤동주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한 그 사나이가 가엾..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12.10.30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12.10.30
사랑을 위한 충고 - 신진호 사랑을 위한 충고 - 신진호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사람을 사람을 사랑하지 마세요 작은 바람에도 고개 숙여 버리는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마세요 냉면을 잘 먹는 사람을 사랑하지 마세요 그 질긴 냉면가락을 야무지게 잘라 먹는 냉면을 잘 먹는 사람을 사랑하지 마세요 겨..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12.03.26
自題畵像小詞(자제화상소사) 自題畵像小詞(자제화상소사) 중국의 유명한 王夫之의 작품으로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후 써넣은 싯구입니다. 그리고 생강선생은 왕후지의 별호입니다. 30대 초에 읽은 김용옥교수의 <기옹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서 나온 문구인데 생각이 나서 소개합니다. 把鏡相看認不來 파경상..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10.10.23
귀천 - 천상병 귀 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08.11.27
목마와 숙녀 -박인환 -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06.11.02
낙 화 - 이형기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06.09.18
봄 -이성부-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06.08.31
사모 -조지훈- 사모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은 이미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움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06.08.26
행복 -유치환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 시가 있는 풍경/좋아하는 시 200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