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어제 저녁부터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지금은 바람이 매섭게 부는구나
거리의 나무들도 온통 춤을 추고 흩날리는 비와 함께 물도 춤을 추는 구나
조만간 10시가 되면 집에서 병원으로 출발하겠지
니가 걱정되어 엄마에게 같이 갈까 물어봤는데 너 데리고 혼자서 갈 자신이 있다고 하네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유단자가 아닌 엄마에게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는지?
아마 그건 홍비 엄마이기에 낼 수 있는 용기 일거야
홍비야 니가 병원으로 가는 길에는 바람이 많이 불거야
차도 많이 흔들릴거야
차에서 내려 걸어갈 때는 비도 맞을거야
때론 그 비에 옷도 젖을 수 있어
하지만 이 태풍이 영원히 불지는 않겠지
아마 니가 오늘 검사를 마치고 올 때는 한풀 꺾이어서 수그러들거야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 즈음에는 고요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길가에 나뒹구는 나뭇잎을
보고서 그 흔적을 알거야
또 며칠이 지나면 그 흔적마저도 없어지고 우린 일상으로 다들 돌아가겠지
이 태풍에 피해 받는 사람도 생길거야
아무 이유 없이, 다만 태풍이 지나 갈때 위험한 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속에서 다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기를 잘 넘길거야
니가 아픈 것도 아빠는 똑같다고 생각해
아무 이유 없이 단지 니가 그 시간과 그 공간에 그기에 있었기에 아픈거야
하지만 자연이 가르쳐 주듯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련은 시간을 정해 놓고 있어서
그 시간이 끝나면 다시 고요함을 찾는단다
지금의 시련은 홍비만의 시련은 아니야
아빠의 시련, 엄마의 시련, 할머니의 시련 그리고 우리 친척과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의 시련, 나아가 이 우주의 시련이겠지
이것을 "나비 이론"이라고도 한단다
어쨌든 오늘 검사 잘 받고 와
오늘도 재미나게 놀고 …….
그리고 널 많이 사랑해…….
2012년 8월 28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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