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지금은 수요일 밤, 내일은 병원 입원하는 날이구나.
좀 전까지만 해도 사이버 학교에 출품할 작품 구상하고 있는 너를 쳐다봤는데 내일이 오면 또 며칠 동안은 너와 너 엄마 둘만을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구나
오늘은 너 옆에 앉아서 유난이 듬성듬성해진 머리숱 사이의 하얀 피부가 보였단다. 잠시 아빠는 울컥한 슬픔을 숨겼지만 내 딸 홍비는 여전히 예쁘구나
예전에는 원망도 해봤다. 왜 내 딸에게 이런 병을 주느냐고
예전에는 슬퍼도 해봤다. 잘못하여 사랑하는 딸을 잃을까봐
예전에는 미워도 해봤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고통마저도 나눌 수 없는 아빠를
이제는 감사해 한단다. 이런 병마를 주신 신에게
이제는 웬만하면 미소를 짓고 다닌단다. 웃으면 복이 오니까
이제는 모두다 사랑한단다. 사랑을 배웠으니까
모가 나고, 자기밖에 모르고, 이기적이면서 버럭쟁이인 아빠를 둥글둥글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이고, 사랑하며 참을성 있는 어른으로 만들어 주어서 고마워
하지만 아빠는 홍비를 위해서라면 물속도, 불속도, 가시덤불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만은 절대 그대로 간직할거야. 그래서 다시는 너의 그 예쁜 눈망울에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떨어지는 날은 없게 만들거야
홍비야 !
오늘 밤은 너를 보내기 싫어 아빠에게는 잠 못들 것 같은 밤이 될거야. 하지만 넌 행복한 꿈꾸며 일찍 자야해 ! 이건 아빠의 마지막 남은 이기적인 마음이니까 이해해주고
그리고 요즘 아빠가 인터넷 청원 운동으로 너한테 많이 신경 못쓰는 것 같아 미안해. 빨리 마무리 짓고 홍비만 바라보는 홍바라기가 될꺼야. 약속해
내 사랑하는 딸! 홍비야 !
꼭 건강한 모습으로 아빠 품에 달려와 한번만 아빠를 꼭 안아줘
그런 내년 봄을 기다리며
2012년 10월 17일
사랑하는 아빠가
'독백 > 홍바라기의 love letter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편지(love letter 22) (0) | 2012.10.22 |
---|---|
오빠 눈에 고인 눈물 한방울(love letter 21) (0) | 2012.10.18 |
아빠를 도와줘 (love letter 19) (0) | 2012.10.16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love letter 18) (0) | 2012.10.15 |
참 잘하고 있어요 (love letter 17) (0) | 2012.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