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어느 듯 10월 달도 그 가운데를 달리고 있구나
오늘 하늘 한번 쳐다봤니? 맑고, 높고, 고운 가을하늘이 마치 홍비의 눈동자처럼 너무 아름답구나
이런 날씨에는 그냥 코스모스 활짝 핀 어느 시골역 벤치에 앉아서 시집을 읽으며 고추잠자리의 비행을 느껴보고 싶구나
10월이 다가기 전에 아빠랑, 엄마, 홍비 이렇게 셋이서 꼭 한번 코스모스 보러 가자
홍비야 ! 니가 아빠의 딸로 태어나 주어서 아빠는 너무 행복해
니가 처음 태어나든 1999년 5월 28일의 봄날 그때가 기억난다
너무나도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밝은 한 낯에 너는 세상의 빛속으로 나왔단다
올망졸망한 눈빛으로 너는 아빠와 엄마를 쳐다보았고 그런 너는 사랑스럽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은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은 온 산이 노랗고 붉게 물드는 단풍의 계절이라고 한다
어느 시인은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라고 하였단다
이 시인의 노래처럼 2012년 아빠의 가을은 '내 딸의 완치를 위한 하느님에 대한 기도'와 '딸에 대한 사랑'의 계절로 기억되고 싶구나
이 가을날 단풍이 곱게 물들고 낙엽이 되어 땅속으로 되돌아가듯이 홍비 몸속에 있는 암세포들도 치료를 통해 이제는 자연의 순환 이치를 따를 것이라고 본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홍비야 ! 오늘도 널 위해 기도할께 그리고 사랑해
2012년 10월 15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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