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이제부터 시작이야(love letter 26)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0. 26. 08:34

사랑하는 딸에게

 

어제 부산 갔다 오느라 너랑 엄마 많이 힘들어 하는구나

의사 샘이 계획하고 있는 대로 치료가 잘되고 있다고 하니까 아빠의 마음이 한결 좋아진다.

너도 기쁘지 않니?

그러나 우리 여기서 마음 놓지 말자 !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 !

너 몸 속에 병을 일찍 발견 했더라도 지금쯤은 종양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이제 다음주에는 3cycle의 2번째 항암을 할 것이고 그러면 3cycle만 남겠지

 

홍비야 !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 알지. 지금 반을 향해가고 있으니 우리의 치료는 이제 시작이란다

홍비는 이미 앞에 2cycle이 넘는 치료를 받았기에 어떻게 생활하고 관리해야하는지 또 마음 가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거야 이것이 우리가 가진 장점과 유리한 위치지.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조금 안다고 나태해지고 방심하고 종양이 조금 없어졌다고 생활을 마음대로 하면 오히려 우리의 장점이 단점이 되고 불리하게 작용 한단다

이렇듯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일은 내가 어떻게 마음먹고 실천하느냐에 따라서 불리하게 혹은 유리하게 작용 한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니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빠나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서 결정하고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일들이 생길 수도 있단다.

그때 지금 아빠의 말을 잘 기억했다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열쇠로 삼아라. 어떠한 불리한 조건이 나에게 오더라도 그기에는 뒤집을 수 있는 또 다른 면을 함께 가지고 온다는 것을…….

' 남의 비소(誹笑, 비방하고 비웃는 일)를 잘 받아 쌓으면 내어 쓸 때에 비수(匕首, 날이 예리하고 짧은 칼) 내어 쓰듯 하리라.' 는 말이 있단다

이런 오늘도 편지를 쓰다 보니 너무 멀리까지 왔구나. 그래도 이해해줘. 이게 얼마 전에 너에게 건넌 아버지의 편지에 나오는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란다.

 

정말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 명심하고 우리 잘 헤쳐 나가자

림프종은 치료도 잘 되지만 또 그만큼 재발도 잘되는 아주 골치 아픈 녀석이란다

그런 녀석들의 특징은 바로 내가 조금 방심하고 있으면 어느새 자기가 잘 났다고 덤벼들고는 또 한방 날리면 도망가는 녀석들이야.

그러니까 우리 강한 홍비는 이제 그런 틈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아빠 역시도 홍비 옆에서 평생 든든한 지원군이 될 테니까 

 

사랑하는 내 딸 홍비 !

아빠는 오늘도 너에게 "사랑해" 라고 세상 사람이 다 들리도록 외친다

 

 

2012년 10월 26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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