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현미가 싹을 틔웠어요(love letter 25)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0. 25. 09:20

사랑하는 딸에게

 

아침에 일어나 이틀 전부터 공을 들인 현미에 물을 주고 살짝 보았단다. 아주 작지만 현미에서 싹이 나오고 있었단다. 

현미가 싹을 틔웠어요. 오늘이 지나고 아마 내일쯤에는 먹기 좋고 영양가 높은 발아 현미가 되어 있겠지

그리고 우리 홍비 몸 속으로 고소한 밥이 되어서 들어갈 거야

 

홍비야 !

우리나라 19세기에 탄생된 종교 중 동학(東學)이란 큰 사상을 가진 종교가 있다. 수운 최제우 대신사께서 하느님(동학에서는 한울님이라고 하지)의 계를 받아서 '사람이 곧 하늘이다' 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전파한 것으로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신사에게 도(道)가 전해 졌단다

동학하면 고부에서 봉기하여 41세에 죽음을 맞이한 녹두장군 전봉준이 유명하단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라는 파랑새 노래도 있지만 녹두장군 전봉준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돌리고 오늘은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신사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해월 최시형 신사는 인내천 사상을 더 확대하여 모든 만물이 한울님이라는 생각과 실천을 하신 분이란다

당시 동학은 나라에서 불법으로 금지하였기에 최시형 신사는 관아에 쫓기는 몸인데도 가는 곳 마다 나무를 심고, 새끼를 꼬고, 멍석을 짜며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새끼를 꼬다 할 일이 없으면 풀어서 다시 꼬았다고 한다. 제자들이 의아해서 물으면 " 한울도 쉬지 않는데 내가 어찌 쉬겠는가? " 고 했다고 한단다.

더군다나 내일 길을 떠나야 하는데도 과일나무를 심고 멍석을 짜고 있어서 제자들이 물으니 " 우리가 떠난 뒤에 다른 사람이 와서 먹고 쓰면 안 될 것이 있는가? "고 했다는 일화도 있단다

 

해월 신사는 가부장적인 유교사회에서 여성과 아이들에 대해서도  

" 부인이 한 집안의 주인이다 "

" 어린아이도 한울님을 모셨으니 아이를 때리는 것은 바로 한울님을 때리는 것 "이라 하면서 평등을 이야기 하셨단다.

 

또 어느 날 한 어린아이가 나막신을 끌고서 딱딱거리며 지나갈 때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파했다고 한다. 땅에 아픔을 주는 것이 곧 사람에게 아픔을 주는 것이라고 만물은 모두 한울님이니까

 

이런 해월 신사의 사상에서 보면 이번에 싹을 틔운 현미 역시 한울님이고 홍비 역시 한울님이다

그러면 홍비가 싹을 틔운 현미를 맛있게 "냠냠" 먹으면 그것은 한울님이 한울님을 죽이는 것일까 ?

분명 죽이는 것은 아닐꺼야 예전에 해월 신사의 일화를 담은 <개벽>이라는 영화의 대사를 보면 이렇게 이야기 한단다.

"한울님이 한울님을 기르는 것" 이라고……. 

 

사랑하는 홍비야 !

이번에 건강하게 싹 틔운 현미밥 맛있게 먹고 건강해져

현미 한울님이 홍비 한울님을 키웠으니까 그 뜻 잘 느끼고 밥 먹을 때 남기지 말고 마음속으로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하면 될 것 같아

오늘도 중간 검진 때문에 병원에 가는 날이구나. 엄마랑 잘 다녀오고……. 

  

화이팅! 우리딸 그리고 많이 사랑해

 

 

2012년 10월 25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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