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간밤에 좋은 꿈꾸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니?
오늘은 삼촌이 신장 쪽에 종양이 있어서 제거 수술을 받는 날이란다.
조금 전에 고모에게 전화를 하니 7시경부터 수술에 들어갔단다. 4시간 정도 걸릴 예정인데 아빠도 경험해봤지만 그 시간이 참 길게만 느껴지더라
홍비야 ! 어제 삼촌이 오후 늦게 너 있는 병원에 와서 잠깐 얼굴보고는 너 먹을 현미밥과 치료비에 보태라고 돈을 주고 갔잖니? 부산대학 병원으로 입원하러 가는 길 아빠와 함께 가서는 아빠가 삼촌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단다. 병원으로 혼자 들어가는 니 삼촌의 모습을 보니 많이 외로워 보였고 형으로써 마음이 안되어 보였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오늘 아침 머리 속에 문뜩 불혹(不惑)이란 단어가 떠오르더구나
불혹이란 말은 공자(孔子)의 <논어(論語)>“위정(爲政)”편 나오는 글귀로 다음과 같단다
'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하고 三十而立하고 四十而不惑하고 五十而知天命하고 六十而耳順하고 七十而從心
자왈 오십유오이지우학 삼십이입 사십이불혹 오십이지천명 육십이이순 칠십이종심
所欲하야 不踰矩니라 '
소욕 불유거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하지 않았고(불혹, 不惑),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들은 것을 순리로 받아들였고, 일흔 살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라고 하셨다.
공자의 이 말로부터, 15세를 지학(志學 - 학문에 뜻을 둔다.), 30세를 이립(而立 - 인생을 세운다.), 40세를 불혹(不惑 - 미혹되지 않는다.), 50세를 지천명(知天命 - 하늘의 뜻을 안다.), 60세를 이순(耳順 - 귀가 순리대로 들린다.), 70세를 종심(從心 - 법도를 어기지 않는다.)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미혹,迷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1.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함. 2. 정신이 헷갈리어 갈팡질팡 헤맴이란 뜻이 있단다. 그래서 왜 공자가 40대를 불혹이라고 했는지 생각해 봤단다.
과연 공자는 40대가 되면 미혹하지 않게 된다고 불혹(不惑)이란 말을 했을까?
공자는 예수보다 500년 정도 일찍 생을 살다 간 사람으로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의 사람이란다 당시의 평균 수명에 비하면 2배 정도의 수를 한 사람으로 73세까지 살았단다.
지금의 기준으로 남자가 40대가 되면 사회적으로는 한참 중추적인 역할을 한단다. 어떤 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결정을 해야 하고 자신의 판단에 의해 조직의 길과 방향이 승패로 가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말이란다
또한 자녀들은 학생으로 열심히 공부할 나이고 부모님들은 대부분 연로하신 나이지.
그리고 신체적으로는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정신적으로는 급속히 성장하는 나이란다
이 시기에는 곁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인하게 보이지만 스스로 혼자 있을 때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많이 느낀단다. 외로움과 두려움은 때때로 사람의 정신과 판단력을 흐리게 한단다
그래서 아마 공자가 40대를 불혹(미혹되지 않음)하라고 주의를 준 것이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이것은 중용에 나오는 '신독(愼獨, 홀로 있을 때도 삼가하고 조심하라)'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단다
아빠는 삼촌의 뒷모습에서 외로움을 보았고 그냥 불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단다
너도 아빠 나이가 되면 "아 ! ~" 하며 생각날 거야. 그때 오빠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렴.
사랑하는 홍비야 !
그럼 오늘 치료 잘하고 내일 집에서 보자구나.
아빠는 홍비 없는 날이 참 외로우니까 우리 홍비 건강해지면 아빠랑 많이 놀아 줘야 해
손가락 걸고 약속 꼭 !, 도장 꽝 !, 복사해 놓았단다 짜잔 !
널 아주 아주 많이 사랑해~
2012년 11월 5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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