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지금 내 앞에서 엄마랑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노는 너 모습이 참 즐겁구나
네가 있는 부산으로 오기까지 아빠의 하루를 이야기 해줄게.
아침에는 약수물을 기르기 위해 우곡사로 차를 몰았단다
지난주에는 비도 오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제대로 밖을 보지 못했기에 오늘은 천천히 갔단다. 산머리 입구에 있는 저수지는 살짝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길 양쪽 산으로의 나무들은 노랗고 붉그스레한 옷들을 입고 있었단다.
그 모습에 이제 진짜 가을 속에 들어와 있는 아빠는 큰 숨호흡하고 자연을 바라보는 일상의 여유를 조금 부려 보았단다.
물을 기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고는 너한테 가져갈 밥과 반찬들을 배낭에 넣어서 집을 나왔단다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버스로 2코스 정도의 거리라서 차를 기다리는 것도 조금 싫었고 거리도 짧기에 걸어가기로 했단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길 사이 사이 나무들, 꽃들,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하천에서 노는 철새들 이러한 것들이 모두 보였단다. 항상 우리 주위에 있어 왔던 것들인데, 천천히 걸어가니 비로소 그들의 소리와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단다
잠깐 길을 걷다가 멈추어서 그들을 바라봐 그러면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라도 나에게 인사를 한단다
홍비도 가끔 사물들에게 인사해봐 ! 먼저 인사하면 기분이 좋아 진단다
오늘은 홍비 옆에 아빠가 있어서 또 이렇게 행복하단다.
그럼 좋은 꿈꾸고 잘 자.
홍비야 ! 사랑해 ~~~
2012년 11월 3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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