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오늘부터 3일 동안은 기말고사 기간
아침에 출근하느라 단정히 교복 입은 예쁜 니 모습 보지도 못하고 출근하였구나
두 달여 만에 가는 학교는 어떻니 ? 계절이 훌쩍 바뀌어서 다른 모습들 일거야. 하지만 학교의 교실, 교정과 친구들, 선생님 얼굴은 그대로겠지? 홍비의 마음 역시 방학 전 그 마음 그대로 일테고, 단지 다른 친구들 보다 방학기간이 좀 길다고 생각하렴
사랑하는 홍비야 !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흥준 교수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란 책에서 어느 유학자가 남겼다며 위의 말을 적었는데 아빠는 이 글에서 우리가 진실로 사랑하지 못해서 참 모습을 볼 수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이 글의 근원을 찾다 보니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인 유한준(兪漢雋, 1732-1811)이 당대의 수장가였던 김광국(金光國)의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에서 나온 글이었더구나.
知則爲眞愛 지즉위진애 愛則爲眞看 애즉위진간
看則畜之而 간즉축지이 非徒畜也 비도축야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바라보게 되느니,
바라보면 그것을 간직하고 싶지만 단순히 간직하는 것만은 아니니라
나의 사랑하는 딸 홍비야 !
지금 홍비와 같은 청소년 시기에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만 한단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많이 알아야겠지. 또한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책도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도 들어봐야 할 테이고…….
어제처럼 자기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푸념하면 과연 누가 홍비를 사랑하겠니?
우리 딸은 누구보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자기주장과 결정이 강한 아이인데 어제 본 아빠 딸은 조금 나약한 딸이었단다. 절대, 몸에 조금 있는 병으로 인해서 마음까지 아픈 아이가 되지 않으리라 아빠는 믿는다.
슬프고, 기분 나쁜 일 있으면 "야 ~"하며 고함 한번 지르고 저 푸른 하늘로 뻥! 차버려라.
회축으로도 좋고 아님 찍기로 묵사발을 내던지, 정권찌르기로 시원하게 가루를 내어 버리거라.
홍바 옆에는 120살까지 든든한 동지가 되어 줄 홍바의 아빠 홍바라기가 있고 아빠에게도 아빠보다 더 똑똑하고 씩씩한 홍비가 있으니 무척 든든하구나
홍비야 ! 오늘 시험 잘 치고,
아빠는 널 알아가고 그리고 사랑해~
2012년 12월 5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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