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안녕 ! 홍바야 ㅋㅋㅋ
지금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그저께 서울 지역에 눈이 많이 내려서 우리 딸이 무척 부러워하고는 아빠에게 눈 좀 가져 달라하기에 아빠가 하느님에게 고하였더니 하늘도 홍바의 소원을 들어 눈을 나리고 있구나
이것 봐 아빠는 홍바를 위해서 못하는 것이 없다는 것 오늘도 증명했지 ㅋㅋㅋ
이제 오늘로 아쉬운 기말고사가 끝나는 구나
쉬는 시간에 혹시 눈 구경 한다고 운동장에 달려간 것은 아니겠지?
홍비는 분명히 시험공부 보다는 친구들하고 운동장에 나가 내리는 눈을 맞았을 것 같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사랑하는 홍비야 !
지금 내리는 올해의 첫눈이 멈추지 않고 오늘밤까지 계속 내려서 온 동네가 흰 눈으로 덮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딸이랑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싶단다
또한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면 그 사랑이 지속된다는 말이 있단다
오늘 홍비는 친구들과 만나니까 그 우정 영원히 변치 않을 거야
그리고 방금 너랑 통화했지만 니가 눈을 내려 달라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그 모습을 그리니 진짜로 눈이 내리잖니? 이렇듯 우리 인간의 소망과 바램은 진실로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법이란다.
오늘 내리는 눈은 홍비의 소망과 아빠의 부탁에 의한 협동으로 아빠가 양보한다.
그러니 이쯤에서 협상은 타결 되었고 도장도 꽝! 꽝! 꽝!
저녁에는 눈 쌓인 길을 엄마랑 팔짱 끼고 걸어봐야겠다.
첫 눈이 내리는 교정 가운데서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는 홍바 모습 그려보니 참 예뻐.
사랑해 홍바 ~
2012년 12월 7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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