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아침에 출근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졌구나
집 아래에 있는 남천의 물도 얼어버렸고 아빠 손도 너무 시려워서 두 손을 마찰시키고 있단다
빨리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봄이오면 홍비랑 같이 자전거 타고 싶구나
따뜻한 봄 햇살 맞으며 시원한 바람과 풀내음이랑 꽃향기 맡으면서 말이야
" 붕붕붕 ~ ♪♪♪ 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 "
" 붕붕붕 ~ ♪♪♪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 ♬ "
홍비도 어릴 때 만화에서 나온 이 노래 알지. 아빠랑 자전거 타고 유치하지만 꼬마 자동차 노래 부르며 신나게 씽~씽~ 자전거 타자.
사랑하는 홍비야 !
오늘 또 병원에 입원하러 가야 하는 날이구나
아빠는 너가 입원할 때 되면 그냥 많이 싫어. 사랑하는 딸을 꼭 며칠씩 빼앗겨 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리스신화에 보면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슬픔 때문에 겨울이 탄생했다고 한단다.
데메테르에게는 페르세포네라는 딸이 있었다. 아름다운 용모에 누구에게나 웃음으로 화답하는 상냥하고 해맑은 성품으로 숱한 남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반한 저승의 신 하데스가 데메테르의 눈을 피해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버리고 말았다.
딸의 실종을 알아차린 데메테르는 딸의 행방을 수소문해 보았지만, 이미 이승을 떠나버린 딸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우스를 찾아가 하소연하려 해도, 하데스의 형제이자 페르세포네의 납치를 도왔던 제우스가 그녀를 만나줄 리 만무했다. 자식을 빼앗긴 부모의 심정이 된 데메테르는 그 동안 정성을 들여 보살펴 온 대지를 돌볼 수 없었다. 땅을 갈아 씨앗을 뿌려도 싹이 돋지 않았고, 동물들도 식량이 없어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등 세상은 소리 없이 멸망하기 시작했다.
결국 제우스는 페르세포네를 데려오도록 하데스에게 명령하였다.
하데스는 착잡한 마음이었지만, 페르세포네에게 식사를 마치면 지상으로 바래다 주겠다고 약속하였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슬퍼하던 페르세포네는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말에 식탁 위의 석류 네 알을 먹었단다.
마침내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를 통해 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는 감격스런 재회의 순간을 맞았지만 데메테르가 페르세포네를 안고 지상으로 나오려는 순간, 딸의 몸이 다시 저승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단다
하데스 나라에서 음식을 먹었을 경우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생각난 데메테르는 분노에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 제우스를 찾아간 그녀는 ‘딸이 곁에 없다면 대지를 돌보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고 제우스는 고민 끝에 페르세포네가 먹은 석류알의 수 만큼만 저승에서, 나머지 시간은 이승에서 어머니와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제안을 하였단다. 이렇게 하여 일년 중 4개월은 데메테르가 슬픔에 땅을 돌보지 않아 곡식도 자라지 않고 땅의 생기가 사라지는 황량한 겨울이 되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홍비야 !
아빠는 말이야 이번 겨울에는 너를 며칠씩 보내지만 내년 봄이 오면 아빠 허락 없이는 한 시간도 단 1초도 너를 보내지 않을 것이란다.
이번에 가면 치료 잘 받고 다시 건강해져서 아빠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할게.
사랑해 홍비~,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할 거야.
2012년 12월 10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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