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love letter 71)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2. 12. 08:57

사랑하는 딸에게

 

아침에 호사스럽게 맑은 공기 쐬며 너가 있는 부산에 다녀왔구나.

새벽 공기가 너무나 시원하고 고속도로도 막힘없이 자기 속도를 내며 잘 달려 주었단다.

병원에 도착하여 아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시 너 얼굴 보아서 아빠는 좋은데 자는 너 깨우게 해서 미안하구나.

돌아오는 길에 요 며칠 동안 원태연 작가의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라는 에세이에 나오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라는 글이 떠올라 편지에 옮겨 본단다.

아빠가 지난 토요일 우곡사 주차장 흰 눈밭에 '홍바사랑해'란 글씨를 쓸 때 생각 난 글로 아빠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정말 행복하단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행복이 TV 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 보고 따라 하라는 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그의 생일이 찾아옵니다

그의 생일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이뻐 보입니다

언제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메모와 지갑을 겸할 수 있는 다이어리 수첩을 사줘 볼까?

하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 문득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 도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 와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 지 확인하게 되면 안되는데

읽을 만한 거라고는 선물 받았던 책

밤새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 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몇 날을 고민하는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 속에 안 남을 선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또 그렇게 되면 죽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인가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 홍비야 !

오늘 너 곁에 오래 있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래도 치료 잘 받고 내일은 다시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와서 아빠랑 놀자

그런데 이 글 보면 엄마 또 질투할 것이 분명한데 걱정이다

그래도 아빠에게서 홍바사랑은 영원할거야

 

사랑해♡ 홍바~

 

 

2012년 12월 1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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