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지금 창 밖으로는 겨울비가 내리고 있구나.
세차게 내리는 여름비와 달리 조용히 조용히 끊임없이 겨울비가 내린단다
겨울비하면 예전 아빠가 고등학생시절에 김범룡의 '겨울비는 내리고'라는 노래를 참 많이 부르고 다녔던 기억이 난단다
" 그 누구인가 내게 다가와♬ 나를 바라보는 애달픈 눈동자 ~♪♪♪ "
혀 짧은 김범룡의 목소리가 참 인상적이였는데 이제는 그런 추억을 7080 이라고 말하니 영원할 것만 같았고 그대로 멈추어 있을 것이라 여겼던 아빠의 시간들도 거대한 강물의 흐름처럼 조금씩 조금씩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구나.
또 대학시절에는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마산 창동에 있는 커피숍 2층 창가에 앉아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친구들이랑 인생과 철학 그리고 우리들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곤 하였단다.
그래 이제 보니 '슬기둥'도 생각이 나구나
참 많이 갔었던 찻집이였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있을까 잘 모르겠구나.
슬기둥이란 국악 현악기를 연주하는 기법을 말하며 슬기둥이란 이름의 국악연주그룹도 있단다. 이번 주말에 슬기둥이 연주한 '산도깨비', '소금장수' 등을 같이 들어 보자구나
그리고 창동에 그 찻집이 아직도 있다면 사랑하는 홍바랑 가족들이랑 다시 한번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가서 차 한잔 마셔 보자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이번 치료에서는 너가 키도 좀 커졌고 체중도 늘어서 투약량을 늘렸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이는 구나.
오늘 저녁에 아빠는 검도관에서 활검회 모임이 있어서 저번 일도 있고 하여 호구랑 죽도 챙겨서 모임에 다녀 올 생각이다. 그리고 내일 오전에는 부산에서 열리는 혈액암협회 강좌에도 다녀올 예정이란다
홍바가 비 온다고 너무 축 처져 있어면 안되겠지
오늘도 씩씩하고 활달한 홍바를 기대할게.
근데 요즘 아빠에게 날리는 정권이랑 돌려차기가 많이 강해졌더구나
앞으로는 좀 살살 때려줘~ 아퍼 ㅠ ㅠ
비가와도, 눈이와도, 바람이 불어도, 태양이 내려쬐도, 언제 어디서나 아빠는 홍바를 사랑해
사랑해 내 딸 홍비 ~
2012년 12월 14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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