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치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지 3일째, 저녁부터 겨우 밥을 먹기 시작하는구나
엄마가 너 한 숱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점심을 3번이나 차렸다니 아빠는 놀라울 따름이구나
어제 활검회 가서 술을 많이 먹고 온 아빠에게는 아침에 국도 안 끊여 주는 아내인데 딸한테는 대단한 정성을 기울이는 것 보니 아빠에 대한 사랑은 이제 안녕 ㅠ ㅠ
아빠는 엄마의 정성도 대단하고 또 무엇보다도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기 위해서 이것 저것 시도하는 니 모습에 더욱 고맙단다.
항암 후 오는 부작용으로 맛을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사랑하는 홍비야 !
낯에는 혈액암협회에서 개최하는 '혈액질환 환우가족을 위한 공개강좌'에 참석하러 부산에 다녀왔단다. 창원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사상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 다시 지하철 타고 부산역까지 갔었단다
공개강좌가 열리는 곳은 한진해운빌딩 28층이었는데 빌딩 옆에 부산항과 여객터미널이 있어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정경이 참 아름다웠단다.
1부에서 조혈모세포이식과 분자표적치료에 대한 강의가 있었고 2부는 질환별로 나누어서 강의와 상담이 있었단다. 그동안 공부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런지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랜 시간 집중하고 앉아 있는 것이 사실은 힘들었단다.
하지만 호지킨 림프종의 경우 다른 암종보다 치료가 잘 된다는 말은 여러 번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더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이번에 4사이클이 끝났지만 검사는 CT만 하기로 했단다.
의사 선생님 말에 의하면 PET-CT는 ABVD 6사이클 후에도 해야 하고 방사선에 많이 노출될 필요가 없으니 최종에 가서 해도 된다는 것과 골수 재검사 역시 마지막에 같이 하기로 했단다
아빠는 의사 선생님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단다
지금 검사를 하여 병기를 다시 잡고 치료 성적을 보는 싶은 마음이야 아빠도 절실하지만 중간 결과를 안다고 치료를 덜 하지도 더 할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너에게 고통을 덜 주고 방사선 영향을 덜 주는 길이 현명하다고 생각되는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활달해지고 밥도 잘 먹고 그러자.
이번에 퇴원할 때 의사선생님이 홍비에게 고기 좀 먹으라고 했다면서?
호중구 수치가 낮아서 치료가 하루 이틀씩 미루어지고 백혈구 촉진주사 맞고 그러니까 하신 말씀일거야.
촉진주사 맞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평소에 단백질 섭취를 꾸준히 하는 것이 백혈구나 호중구 수치 올리는 방법이란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동안 균형 잡힌 식단에 신경을 쓰지 못했구나.
가끔 반찬 투정도 부리고 그렇게 하렴. 그래야 고기반찬이 올라오는 법이란다. ㅋㅋㅋ
사랑하는 딸이 지금 내곁에서 잠들고 있어서 아빠는 너무 행복해.
내일 아침은 푹 그냥 오랫동안 늦잠 잘 것 같아.
잘 자~
사랑해 홍비 ~
2012년 12월 15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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