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너 오빠도 남자이기는 남자구나(love letter 75)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2. 16. 18:39

사랑하는 딸에게

 

이틀째 날씨가 포근하여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하구나.

이러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지는 않을까 은근 슬쩍 기대도 해본단다.

안개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지표면 가까이에 있는 차가운 공기와 만나서 발생한 것으로…….

여기까지 읽고는 우리딸 "아~~~~~ 아빠 이렇게 편지 쓸거면 나한테 보내지마" 하겠다

아빠 홍바의 마음을 너무 잘 알지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

아빠는 아침에 봉하마을 가서 유기농 현미 사고, 우곡사에 약수 기르고, 점심때에는 장보러 어시장 가고 바쁜 일요일을 보냈구나.

넌 오빠랑 한참 동안 휴대전화기 모델 때문에 싸우더니 결국은 오빠에게 같은 기종 사도 된다는 동의를 받고……. 아빠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너희들 같은 청소년 시기에는 개성이 강해 누가 나랑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을 참 싫어하고 그것으로도 다툼을 한다는 것을 보니 아빠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고 생각이 든단다

 

그리고 너 오빠도 남자이기는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너한테 같은 기종 쓰지 말라고 하다가 나중에 니가 그냥 눈물 뚝뚝 흘리니까  " 아~ 참 "하며  너와 엄마랑 함께 휴대폰 쇼핑하는 것 도와주러 갔잖니?

조금 더 버티면 홍바가 양보할텐데 벌써부터 여자의 눈물에 약해서 의지를 굽히다니?

남자는 특히 여자가 소리 없이 눈물만 보일 때 그때만 눈감고 잘 넘기면 되는데 나중에 아빠가 따로 교육을 시켜 주어야겠다.

'눈물은 여자가 가진 최대의 무기. 그것이 보이려 하면 무조건 피했다가 다시 와야지 눈물을 본 이후에는 절대 이길 수는 없다' 

 

홍바야 !  오빠한테 아빠가 여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아빠도 같은 기종 사면 안되냐고 한번 물어 봐줄래? 이번에 약정기간도 다 끝나는데 아빠도 너희들과 같은 기종으로 바꾸자. 우리 서씨 셋이서 같은 폰 사용하면 통일감도 있고 단결하는 의미에서 보기가 참 좋을 것 같은데 아빠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구나.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 

너한테 홍바 홍바하며 재미난 글도 많이 쓰고 우리들만의 이야기도 만들어가고 싶은데 며칠사이에 아빠가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좀 미안하구나.

그래, 절대 이런 저런 의식하지 않고 아빠가 처음 편지를 쓰기 시작한 마음처럼 딸과의 소중한 이야기를 해나갈 것이란다. 

그것이 바로 이 편지의 목적이며 편지를 쓰는 이유니까 아빠가 잊어버리면 안되겠지

그러니 너도 이번 치료 끝나면 반드시 완치되어서 건강한 홍바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홍비야 !

니가 다시 건강해져서 아빠에게 주는 답장만이 아빠의 편지를 멈출 수 있다는 사실 잘 알거야

그날이 오면 우리 많은 사람 불러서 잔치를 하자구나.

아빠는 술도 많이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렇게 하련다.

노래 가사처럼 한 밤의 꿈같았던 지금 이 시간이 지나고 그날이 오면 아빠 정말 덩실 덩실 춤을 추며 호탕한 웃음 한번 웃으련다.

 

홍비야 아빠가 많이 사랑해 

사랑해 홍바~

  

 

2012년 12월 16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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