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오늘도 병원 가는 날이구나. 치료하고 퇴원해서 매주 가는 병원이지만 아빠는 많이 기다려지고 설레는 구나. 하루 휴가 내고 너랑 엄마와 함께 갈려고 했는데 그래도 둘이서 씩씩하게 다녀오겠다고 하니 참 대견스럽고 어느새 나이보다 훌쩍 성숙한 딸에게 아빠가 많이 미안하구나
많이 힘들지?
아빠나 엄마, 가족들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너의 말처럼 항암에서 오는 고통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게 사실이니까. 그 동안 치료도 잘하고 생활도 잘 했으니까 이번에 찍는 CT는 결과가 반드시 좋을 것이다
어제 엄마가 너 검사 잘하라고 행운의 선물 4가지를 너에게 안겼으니 그 역시 힘이 되지 않겠니?
엿은 검사 잘 붙어라고 준비하였고, 찹쌀떡 역시 찰지게 잘해라는 의미이며, 두루마리 휴지는 이번 검사 술술 잘 풀리기를 기원했고, 마지막으로 포크는 그래도 남아 있는 암세포가 있다면 포크로 팍팍 찍어 내버리라는 의미였단다
또 무엇보다도 어제 잠자기 전에 홍비도 자신의 면역세포들에게 홍비의 명령으로 내일 검사도 알리고 마지막 점검 잘해라고 명령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CT 검사하는 날이 대학입시와 같구나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
날씨도 많이 포근해지고 지금 하늘은 여느 때 보다 맑고 푸르구나
푸른 하늘 사이를 지나가는 흰구름 역시 새하얗고 포근한 솜같이 부드럽구나
CT 검사하면 몸에 조영제 들어가니까 물 많이 마시고 검사 끝나고도 따뜻한 물 많이 마셔서 몸 밖으로 조영제 배출에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저녁에 돌아와서 다시 아빠랑 그 동안 생활계획 대비 미진한 점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고 계획표도 다시 작성하고 그러자.
병원 잘 다녀오고 좋은 결과 기다릴게.
퇴근해서 아빠가 너한테 동영상으로 배운 귀요미 노래 불러줄게.
그런데 이 공연은 너한테만 보여 줄거야 동영상 촬영은 절대 NEVER 안돼
"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 ♪"
" 이 더하기 이는 귀요미 ♪♪"
………
" 육 더하기 육은 귀! 요! 미! ♪ ♬ "
" 아빠는 귀요미 ! 홍바도 귀요미 ! "
사랑해~, 사랑해 홍비~
2012년 12월 18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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