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우리의 만남에서 일기일회(一期一會)를 생각하면(love letter 76)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2. 12. 17. 09:26

사랑하는 딸에게

 

바쁜 주말이 가고 월요일이 시작되는구나.

오빠도 아빠도 아침에 일어나서 분주히 움직이는데 홍비랑 엄마는 아직도 꿈나라

예전 같으면 서로 화장실 쓴다고, 밥 먹으라고 또 준비물 챙기느라 한참을 부산하고 시끄러운 월요일이 되었을 텐데 그런 장면들은 당분간 휴가중이구나

 

지금 하늘이 흐려서 또 눈을 뿌릴 것만 같은데 시원하게 눈 좀 펑펑 왔으면 좋겠다

냉장고 안에 넣어 조그마한 눈사람도 바깥 구경을 시켜줘야지 않겠니?

 

사랑하는 홍비야 !

오늘 같은 날씨에는 아파트 거실에 앉아서 따뜻한 차(茶) 한잔 마셔보는 것은 어떻니?

장식장에 있는 다기(茶器)를 꺼내고 따뜻한 물을 끓여서 넓은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

다기상을 마주보고 엄마와 딸이 예쁜 옷 입고 앉아서 누리는 여유

찻잔으로 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졸졸거리고 이때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는 거야

' 너무 진하지 않는 향기를 담고 ♬ 진한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 '

아빠는 상상만 해도 너무 기분이 좋다

 

이왕 차 이야기를 했으니까 오늘은 차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해주마

예전에 집에서 마셨던 차는 우전과 세작이란다

녹차는 생산되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누는데 우전은 24절기의 하나인 곡우(4월 20일) 전에 채취한 여린 녹차잎을 덖어서 만든 차란다.

 

다기는 다관(주전자), 숙우(큰 사발)와 조그마한 찻잔으로 구성된단다

첫 잔을 마실 때는 다관에는 녹차잎만 우선 넣고 끓은 물을 숙우와 찻잔에 따른단다

찻잔에 따뜻한 물을 따르는 이유는 찻잔을 따뜻하게 하기 위함이란다

1~2분 후 숙우와 찻잔에 부어 놓은 물을 다관으로 부어 넣고는 5분 정도 차가 우르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차를 따러서 마신단다

녹차는 보통 3번 정도 우려서 마시는데 눈으로는 색을 보고, 코로는 향기를 맡으며, 입으로 그 맛을 음미한단다

 

아빠의 기억으로 법정스님의 '텅빈 충만'이란 책에 의하면 차를 마실 때 함께 마시는 사람에 대해서 일기일회(一期一會)의 마음을 갖는다고 한단다

일기일회란 뜻은 평생에 단 한 번 만남이란 뜻으로 지금 마주 보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 생애에 단 한 번 뿐이므로 그 만큼 소중히 한다는 뜻이란다

 

사랑하는 홍비야 !

이렇듯 우리의 만남에서 일기일회(一期一會)를 생각하면 다툼도 미워함도 없을 것 같은데 아빠와 홍바의 만남도 아빠에게는 매일 매일이 일기일회의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서 더욱 더 소중하고 사랑하는 내 딸이란다     

참, 어제 저녁 아빠가 편지를 쓰고 있으니까 오빠가 옆에 와서 이러더라

" 아빠 편지를 써는 데 왜 그리 생각을 많이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글을 쓸 때는 망설임 없이 한번에 써야되는 것 아니에요 " 

아빠가 답했지 " 니가 한번 써보라 "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빠의 말이 정답이구나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냥 말하듯이 하니까 오늘은 쉽게 너한테 글을 보낼 수 있구나

오빠가 요즘 많이 성숙해서 조금 버겁지만 이 또한 고맙구나

 

사랑하는 홍바 !

저녁에 명상하기 전에 아빠랑 차 한잔 마시는 것 어때?

사랑하는 사람이랑 눈을 마주치며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 !

 

홍바야! 아빠가 널 사랑하고 또 사랑해

사랑해 홍바 ! 보고 시퍼  

 

 

2012년 12월 17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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