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도 드디어 첫눈이 왔습니다
지난 금요일 12월 7일 펑펑 첫눈이 왔습니다
토요일 우곡사의 약숫물 길러 갔다가 주차장에 아무도 밟지 않는 흰눈이 있길래 딸바보가 '홍바사랑'이라고 써 놓고 내려 왔습니다
이 사진을 휴대전화에 간직하고 있다가 원태연 작가의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라는 에세이집에 나오는 글이 생각나서 함께 옮겨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행복이 TV 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입니다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좋은 일들만 생길 수가 있는지
그렇게 늦게 오던 버스도 어느새 내 앞에 와
어서 집에가 전화를 기다리라는 듯 나를 기다려주고
함께 보고 느끼라는 듯
감미로운 사랑 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읽어 보고 따라 하라는 듯 좋은 소설이나 시집들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그의 생일이 찾아옵니다
그의 생일날 무슨 선물을 건네줄까 고민하는 내 모습이 참 이뻐 보입니다
언제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메모와 지갑을 겸할 수 있는 다이어리 수첩을 사줘볼까?
하며 이러저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이
그렇게도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을 때
문득 문득 불안해지고는 합니다
사랑하면 안되는데도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버스가 너무 빨리와 어쩔 수 없이 일찍 들어간 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전화기만 만지작 만지작 쳐다보고 있으면 안되는데
감미로운 사랑얘기를 테마로 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 지 확인하게 되면 안되는데
읽을 만한 거라고는 선물 받았던 책
밤새도록 뒤적이며 울고 또 울게 되면 안되는데
입을 맞추고 싶다가도 손만 잡고 말아버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일 선물 하나 고르는데 몇 날을 고민하는 이번에
또 잘못되더라도 기억 속에 안 남을 선물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번에 또 그렇게 되면 죽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인가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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