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도 지끈지끈거리고 콧물도 나는 것 같아서 '감기 들었으면 어쩌지'하고 걱정 되었는데 너하고 등산 다녀 오니까 머리도 상쾌해지고 몸도 가벼워서 기우였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너한테 감기 옮기지 않을까 걱정되어 아빠가 다른 곳에 가 있으려는 고민도 했었는데 다행이다
오늘은 날씨도 포근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정병산 숲속나들이길을 걷는 것이 참 상쾌 했단다
이렇듯 우리가 자연 속으로 걸어가니까 가벼운 두통도 사라지고 몸도 한결 상쾌해지는 그야말로 자연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좋은 공간이구나
이런 저런 바쁜 핑계로 아빠가 함께 동행한 정병산 등산길이 1달은 넘었구나
전에 갔을 때는 그래도 상수리 나무 잎도 조금 남아 있었고, 간간히 매달린 도토리도 따고, 산새랑 조그마한 산짐승들이 많이 있었는데 오늘은 작은새 몇마리와 청솔모가 전부구나
그러고 보니 앞번에 왔을 때 까마귀랑 싸운 기억이 난다
까마귀도 계속 "깍~ 까악~" 하고 아빠도 지지 않으려고 같이 "까악~ 까악~" 하고 엄마랑 너는 새랑 싸우는 아빠가 창피해서 앞서 가고 또 그런 너희들에게 까마귀 소리내며 뛰어간 기억들이 나는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저녁에는 며칠 전에 말한 아빠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이 있단다. 이번에는 가족 모임이니 우리 식구도 참석해서 오랫만에 친구들 얼굴도 보고 맛있는 요리도 먹고 그러자
이번에는 하동에 있는 원혁아저씨 가족이랑, 삼계에 사는 동우아저씨 가족, 그리고 정만이와 성문아저씨 가족에 우리 가족까지 모두 5가족이 참석 한단다
아빠는 딸 자랑도 하고 봄이 되면 치료 끝나고 완치될 것이라는 희망적 이야기도 해야겠다
사랑하는 홍비야
어제 2012년 12월 21일은 '지구 종말의 날'로 떠들썩했는데 이제 종말이 끝나고 아무일 없이 하루가 지났구나 ㅋㅋㅋ
홍비가 태어난 1999년도 지구 종말로 꽤나 떠들썩했고 홍비는 지금까지 지구 종말을 2번이나 아무 일 없이 넘긴 행운의 소녀이구나. 2번의 종말도 아무 일 없이 잘 넘겼으니 이제 이번 치료 끝에는 몸 안에 있던 암세포들이 다 사라졌다는 희소식을 듣게 될 것이란다.
등산에다가 저녁에는 모임으로 바깥 나들이가 많아서 오늘은 피곤할거야.
그리고 수시로 손도 깨끗이 씻고 가글링도 잘하기 바란다.
지구의 종말이 와도 그 다음날에도 아빠는 언제 어디서나 홍비를 사랑합니다.
사랑해 ! ~
사랑해 ! ~
사랑해 ! 홍바 ~
2012년 12월 22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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