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먼저, 홍바의 과자 창고가 오빠에게 들켜 버린 소식에 대해서는 오빠랑 신사협정을 맺어서 잘 해결하기 바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며칠 찾지 못했었는데 오빠가 오늘은 기어이 찾고 말았구나
이제는 안정적인 과자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 같구나 ㅠ ㅠ
보통 난처한 사건이 발생하면 주변국에서는 몰랐다고 많이 발뺌하니 아빠도 애초부터 과자창고의 존재는 알지 못했다고 할 것이란다
이상으로 홍바의 과자 창고에 대한 아빠의 공식 입장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낯에 엄마가 짧은 휴가를 받았구나
휴가라 해 봤자 대형마트에 혼자 가는 것이 전부인데 몇 시간 동안 집 걱정 않고 자유롭게 쇼핑하고 온다는 사실이 니 엄마의 얼굴을 밝게 만들어 주는구나
아빠에게도 따라오지 말라며 횡하니 차 키 들고 사라지는 김여사
이거 모래시계로 시간을 재야하는 걸까? 재깍 재깍 ~
자정이 지나면 엄마차는 호박으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주중에는 힘들겠지만 최소한 주말에는 니 엄마도 혼자 생각하고 여유를 부릴 수 있도록 아빠가 많이 도와야겠구나. 우리 딸도 아빠하고 같이 밥도 챙겨 먹고 놀면 되니까 아빠 생각에 찬성일거야
대한민국의 학교나 직장도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되어 다소 부족하겠지만 엄마에게는 주 6일제라도 우선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지금부터 실천하자
사랑하는 홍비야
일요일이 참 조용히 지나가는 구나
간간이 들려오는 니가 보는 영화 소리 그리고 아빠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이 집의 모든 소리이며 오늘은 초인종 한번 눌려보는 사람도 없고 바깥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없구나
지금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밝고 예쁘다.
이 햇살은 눈부시기도 하지만 따뜻하기도 하구나
갑자기 어린시절 양지바른 곳에서 친구들과 돋보기로 종이 태우며 놀던 일이 생각나는구나
모두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던 그 시절, 그때는 대부분 시계가 없었기에 시간 개념이 지금보다는 희박했단다. 유일하게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는 것은 국기 하강식과 함께 들려오는 애국가를 듣는 순간이란다.
우리 홍비는 그런 그때를 아십니까 ?
사랑하는 홍비야
내일은 경원중학교 축제날이라서 친구들 공연 보러 학교에 간다지
옷 따뜻하게 챙겨 입고 마스크 꼭 착용하고 친구들과 재미나게 놀고 오렴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이까 학교 갈 때 친친들한테 줄 카드 한 장씩 써서 가는 것도 좋을 듯하구나
아빠는 학창시절 친구들이랑 크리스마스 카드 많이 주고 받았단다
이제 하루 해가 넘어 가고 있구나
오늘의 해가 져도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떠오른단다. 이것은 사실이며 진리란다.
태양이 우주 변화의 원리에 따라 하루의 쉼도 없이 세상을 비추듯이 아빠에게서 홍바사랑도 결코 멈춤이 없는 아빠의 소명이란다
아빠는 홍비를 사랑합니다
홍비야 아빠가 많이 많이 사랑한단다
사랑해 홍비 ~
2012년 12월 23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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