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지금 창 밖으로 겨울비가 소르르 내리고 있구나
조용히 비가 내리는 날은 차 한 잔 마시며 시집 한 권 펼치는 것도 아름다운 풍경이 되겠구나
그리고 요즘 감기 환자들 많으니 홍비도 감기 조심하고 따뜻하게 생활하기 바란다
오늘은 고려말에 지어진 시조 중에 하여가(何如歌)와 단심가(丹心歌)가 생각나서 옮겨본다
하여가(何如歌)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아들인 이방원(나중에 세조가 됨)이 고려의 충신이었던 정몽주의 진심을 떠보고 그를 회유하기 위하여 읊은 시조이란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그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이에 고려의 충신이었으며 이성계와는 반대의 입장에 있었던 정몽주는 단심가(丹心歌)를 지어서 답을 했고 정몽주의 마음을 더 이상 돌릴 수 없음을 알아 챈 이방원에 의해 선죽교에서 붉은 피를 뿌리며 죽임을 당한단다
이 몸이 죽어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몽주가 죽어서 13년이 지난 1405년, 태종 이방원은 조선에도 정몽주 같은 충신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몽주를 영의정에 추증하고 익양부원군에 봉했으며, 문충(文忠)이라는 시호를 내렸단다.
이방원의 손에 죽었으나 이방원에 의해 다시 전설이 되어 우리 역사에 살아 있는 정몽주
사랑하는 홍비야
이 두 시조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니?
직설화법이 유행하고 명확히 자기 입장을 나타내 주기를 선호하는 지금 시대보다 옛 사람들에서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격조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죽이기 전에 시로써 물음을 하고 자기가 죽임을 당할지 알면서도 꿋꿋이 화답하는 자세.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추앙하는 모습들에서 아빠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구나
홍비야
아빠가 요즘 홍비 마음도 잘 몰라주고 서운한 것이 많지?
어제만 해도 아빠 먹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구나.
딸은 아빠에게 '아빠 내 먹을 과자도 사와 ~ 찌리 ! 찌리!' 텔레파시를 보냈는데도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고 그 마음도 읽지 못하였단다.
이제는 말 보다는 홍바 눈을 보고 마음을 읽는 아빠가 되도록 할게
아빠 다시 다짐합니다
이 몸이 일백 번 고쳐 죽어 다시 태어나도 홍비를 사랑하는 마음 변치 않으리오
홍바 ! 따랑해, 사랑해~
2012년 12월 21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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