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아침, 저녁은 쌀쌀하지만 한 낮에는 옷을 가볍게 입어야 할 정도로 포근하구나
지난 겨울,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들도 어느새 가지 끝에 물이 올라서 금방 순을 태워 내일이라도 새싹이 올라올 것 같은 느낌이란다.
아마 긴 겨울 잠을 잔 땅속의 씨앗들도 기지개를 켜고 곧 지상으로 올라오겠지
사랑하는 홍비야 !
매일 운동가는 산이지만 천천히 걸어가면서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고 새소리, 물소리들도 들어 보렴.
매 순간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단다
그리고 네 몸의 변화에도 귀를 기울여 보아라
오늘은 또 얼마나 발걸음이 상쾌한지? 콧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즐거운지?
봄이란 계절은 상상만으로도 기쁘고 포근한 느낌이구나
또 봄을 생각하면 아빠는 꽃들이 먼저 떠오른단다
진달래, 개나리, 목련, 매화, 산자고, 벚꽃, 아카시아 꽃과 이름도 모르는 무수한 꽃들
지금 생각하니 며칠 동안은 꽃 이야기를 편지로 쓰는 것도 좋을 듯하구나
그중에 오늘은 진달래 꽃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마
진달래 꽃은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한단다
여기서 두견은 두견새로 일명 접동새라고도 하지.
김소월의 시 '접동새'에 나오는 '접동 / 접동 / 아우래비 접동'의 바로 그 새란다
두견새는 봄에 오는 철새로서 숲속에서 홀로 살며 둥지를 짓지 않고 자신의 알은 다른 새의 둥지에 한 개씩 낳아 놓고 다른 새가 새끼를 대신 기르게 하는 습성이 있단다.
여기 두견새에는 전해 내려오는 슬픈 전설이 하나 있단다
옛날 중국 촉나라 임금 망제의 이름이 두우였는데 나라가 망하고 복위를 꿈꾸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 그 넋이 두견새가 되었다고 한단다. 한이 맺힌 두견새는 밤이고 낮이고 "귀촉, "귀촉(고향-촉-으로 돌아가고 싶다)"하며 슬피 울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울음소리로 두견새를 귀촉도라고도 불렀단다.
어느듯 두우의 혼인 두견새는 그 맺힌 한으로 피를 토하며 울고 토한 피를 다시 삼켜 목을 적셨고 그 한이 맺힌 피가 땅에 떨어져 진달래 뿌리에 스며들어 지금과 같이 꽃이 붉어졌다고 한단다
지금도 두견새는 봄이 되면 밤낮으로 슬피 우는데 두견새의 울음 소리 한 번에 진달래 꽃이 한 송이씩 떨어진다고도 하는구나.
사랑하는 홍비야 !
여기 진달래 꽃과 관련된 다음 전설이 있단다.
너무 슬퍼서 너도 울 수 있으니까 미리 손수건을 준비해도 좋을 듯 하구나
그리고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털 난다는 사실도 잊지 말기를 ……. ㅋㅋㅋ
옛날 옛적 아주 먼 옛날에 하늘 나라에서는 한 아름다운 선녀가 옥황상제에게 큰 죄를 짓고 인간 세상으로 쫓겨 내려 왔단다.
선녀는 하염없이 울면서 이리저리 헤매던 끝에 한 젊은 나무꾼에게 발견되었고, 선녀에게 반한 나무꾼은 그녀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아내로 삼았다.
부부의 연을 맺은 나무꾼과 선녀는 무척 귀여운 딸을 낳아 이름을 '달래'라고 지어 주었단다.
달래는 날이 갈수록 예쁜 소녀로 자랐고 어느듯 열 여섯 살의 아리따운 처녀가 되었단다.
어느 날 달래가 심부름을 간 사이에 어머니인 선녀가 나무꾼 아버지에게 하늘 나라에서 내려온 사연을 말해 주고는 이제 인간 세상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다 되었기에 하늘 나라로 올라간다고 인사하고 달래를 훌륭히 키워 좋은 사람에게 시집 보내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한단다
말을 마친 선녀의 등에서는 날개가 생겨나고 선녀는 그렇게 하늘을 향해 날아 갔단다.
달래가 심부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없어졌고 아버지는 달래에게 선녀였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다 말하였단다.
어머니가 떠나고 홀로 된 아버지는 달래를 정성스럽게 잘 키웠고 달래도 효성 깊은 착한 딸로 아버지와 열심히 살았단다.
달래가 좀 더 자라서 시집갈 나이가 된 어느 날 욕심 많은 고을 사또가 봄나물을 캐고 있는 아리따운 달래를 보고는 자신의 첩으로 삼으려고 하였지만 달래의 아버지는 사또에게 그것만은 안된다며 간청하고 사정했단다
하지만 나쁜 사또는 부하들을 시켜서 나무꾼을 때리고는 달래를 강제로 데려 가려고 했단다.
이때 하늘에서 선녀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땅으로 내려와서는 달래를 안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단다.
달래를 첩으로 삼으려던 사또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달래와 헤어진 늙은 아버지는 매일같이 뒷동산에 올라가서 달래를 그리워하며 하염없이 울었단다.
결국 달래 아버지는 몸이 쇠약해진 탓에 몸져 눕게 되었고, 마침내 병석에서 "달래야 ! 달래야! 내 귀여운 딸 달래야 ! " 하며 딸의 이름을 정신없이 부르다 죽고 말았단다.
이를 불쌍히 여긴 마을 사람들은 달래 아버지의 시신을 달래가 나물을 캐던 뒷동산에 묻어 주었고 이듬해 봄에 달래 아버지의 무덤가에서는 밝은 자줏빛의 화사한 꽃이 피어났단다.
이 후 사람들은 그 꽃을 '진달래'라고 불렀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진달래 꽃에 전해지는 아름다운 딸과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너에게는 어떻니?
오늘 봄 꽃들을 검색하다 보니 아름답고 화사하고 귀여운 봄 꽃들에게는 숨겨진 슬픈 이야기들이 많구나.
아빠는 그 꽃들을 볼 때마다 숨겨진 이야기들이 떠오를 것 갔단다.
하지만 홍바와 홍바라기 이야기의 마지막 장은 아빠가 Happy Ending !으로 미리 다 써놓은 것 잊지 말아라.
내일은 또 다른 봄 꽃 이야기들 들려줄게.
사랑해, 홍비~
2013년 3월 6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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