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목련에 얽힌 애잔한 사랑 이야기(love letter 157)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3. 8. 08:59

사랑하는 딸에게

 

어제 내린 비로 땅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운동하러 갈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봄 꽃 중에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 종류가 많단다

진달래, 벗꽃, 목련 이러한 꽃들이 대표적이구나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에 보면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그 어느날' 이란 시어가 있단다

 

산골짜기에 피어서 한 닢 한닢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는 예쁜 진달래 꽃

도시의 가로수가 되어 불어오는 봄바람에 샤르르 비행하는 작고 앙증맞은 벗꽃

어두운 밤 봄비 맞으며 큰 눈에 소리없이 눈물 흐르듯 떨어지는 단아한 하얀 목련

 

아빠 벌써부터 너무 감성적으로 변해가는구나

예전엔 이런 것을 센티멘탈하다고 했는데 …….

 

사랑하는 홍비야 !

오늘은 목련에 얽힌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마

목련(木蓮), 꽃눈이 붓을 닮아서 목필(木筆)이라고도 하고, 꽃봉오리가 피려고 할 때 끝이 북녘을 향한다고 해서 북향화라고 하는 이 꽃은 크게 꽃이 흰색인 백목련과 자주색인 자목련이 있단다

아빠가 대학 다닐 때 학교에 목련 나무가 있었는데 달빛이 환한 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서 바라본 목련이 아직도 인상에 남아 있단다.

 

옛날 옛적에 하늘나라의 임금님에게는 예쁜 공주가 한 명 있었단다.

공주는 백옥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을 가졌으며 마음씨 또한 비단결처럼 고왔단다.

많은 총각들이 남몰래 공주를 사모했으며 공주와의 사랑을 이루고 싶어했지만 공주는 오로지 북쪽의 해신(海神)만을 사랑하고 있었단다.

사실 북쪽 해신은 얼굴은 잘 생겼지만 성격도 괴팍하고 유부남이란다

 

어느 날, 공주는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 왕국을 몰래 빠져 나와서는 먼 북쪽 바다로 갔단다.

그러나 공주가 천신만고 끝에 찾아간 북쪽 해신 이미 혼인한 상태였고 이루지 못 할 사랑임을 깨달은 공주는 그대로 북쪽 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고 말았단다.

 

해신은 공주가 자신을 사모한 끝에 목숨을 버렸음을 알게 됐지만 이미 어쩔 도리가 없었단다.

해신은 공주를 가엾게 여겨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후부터 기운이 없어 보이고 말도 잘 하지 않고 웃지도 않았단다. 해신의 아내는 그런 남편이 걱정되어 왜 그러냐구 자꾸 물어보았으나, 그는 그런 아내를 점점 귀찮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아내에게 잠자는 약을 먹여 아내를 죽이고 말았단다.

 

북쪽 해신은 홀로 살면서 더욱 말이 없어졌단다.

사라진 공주를 백방으로 찾든 하늘나라 임금님은 드디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주는 백목련으로, 해신의 아내는 자목련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었단다.

북쪽 해신을 사랑했던 두 여인의 넋으로 무덤가에 피어난 목련은 해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북쪽을 바라보고 피어났다고 한단다

그래서인지 백목련의 꽃말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며, 자목련은 ‘숭고한 사랑’ 이란다.

 

사랑하는 홍비야 !

아름다운 꽃들이지만 그 속에는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구나

결국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섰을 때 진정한 내면의 아름다움이 피어나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우리딸도 이번 아픔 잘 딛고 일어서서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라

  

아빠가 항상 곁에서 지켜주고 응원하마

 

사랑해, 홍비 ~

 

 

2013년 3월 8일

 

사랑하는 아빠가

 

love letter -0157 목련에 얽힌 애잔한 사랑 이야기.pdf

love letter -0157 목련에 얽힌 애잔한 사랑 이야기.pdf
0.0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