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안방과 너 방에 예쁜 벽지로 도배도 하고 모처럼 한자리에 몇 년간 있던 가구도 이리저리 옮기면서 대청소를 하였구나.
이 많은 먼지 속에서 생활하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다
오늘은 홍비가 도와주는 덕택에 빨리 집안 정리도 끝나게 되었는데 내일 새 가구 들어오면 또 할 일이 많구나. 아빠 책들도 정리해야 하고 네 방의 옷들이랑 다시 정리해야 하니까 내일도 많이 도와줘
사랑하는 홍비야 !
아빠가 좋아하는 봄 꽃중에는 산자고(山慈姑)라는 꽃이 있단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란 뜻인데 아마 너도 보면 좋아할 만한 꽃이란다.
운동하러 다니는 정병산의 '숲속 나들이길'에서 계곡으로 내려 오다면 아마 4월 즈음에는 만날 수 있는 흰색 꽃으로 크기는 제비꽃보다 조금 크고 생김새는 난초에 핀 꽃과 같이 맑은 꽃이란다.
이 꽃이 산자고란 이름을 얻게 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단다.
옛날 어느 산골에 마음씨 고운 아낙네가 살고 있었단다.
3남매를 키웠는데 위로 딸 둘은 출가시키고 막내인 아들이 남았는데 늙은 어머니를 부양하며 산골에서 사는 가난한 총각에게 시집을 오겠다는 처녀가 없었단다.
늙은 어머니의 시름은 깊어만 갔단다.
그러던 어느 봄날 밭에서 일하던 어머니의 눈에 보퉁이를 든 처녀 하나가 나타났단다.
이 처녀는 산 너머에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나 죽으면 산 너머 외딴집을 찾아가보라”는 유언을 남겨 찾아온 것이라고 했단다.
이렇게 짝 지워진 아들과 며느리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마음은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고 부부의 효성도 지극하였단다.
그런 귀엽고 착한 며느리의 등에 아주 고약한 등창이 생겨서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등창을 치료할 약재를 찾아 산 속을 헤매게 되었단다.
어느 날 우연히 양지 바른 산등성이에서 별처럼 예쁘게 생긴 작은 꽃이 눈에 띠었단다.
예쁜 꽃이 피어 있는 것이 신기하여 살펴 보다가 문득 며느리의 등창이 떠올라서 시어머니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뿌리를 캐다가 으깨어 며느리의 등창에 붙여 주었단다.
그러자 흐르던 고름이 멈추면서 상처가 아물었고 이때부터 이 작고 예쁜 꽃을 산자고(山慈姑)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두번째 이야기는 할미꽃 이야기란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한 할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고 있었단다.
큰 손녀는 얼굴은 예뻤으나 마음씨가 좋지 않고, 작은 손녀는 마음씨는 고왔으나 얼굴이 못생겼단다.
두 손녀가 성장하여 큰 손녀는 가까운 마을 부잣집으로 시집가게 되고 작은 손녀는 산너머 먼 마을의 가난한 집으로 시집갔고 큰 손녀가 할머니를 모시게 되었단다
그러나 큰 손녀는 말뿐이고 잘 돌보지 않아 굶주리고 서러운 나머지, 할머니는 작은 손녀를 찾아 산 너머 마을로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단다.
할머니는 산길을 가다가 기진맥진 더 걸을 수 없어서 작은 손녀집을 눈앞에 두고 길가에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단다. 이 소식에 접한 작은 손녀는 달려와서 할머니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땅을 치며 슬퍼하였으며 뒷동산의 양지바른 곳에 고이 모셨단다.
이후 할머니의 넋이 양지바른 산골짝에서 피어난 것이 바로 지금의 할미꽃이란다.
사랑하는 홍비야 !
산자고와 할미꽃 이야기
그동안 아빠가 들려준 꽃 이야기들을 보면 모두 다 아름다운 사랑이 꽃으로 피어났구나.
아빠도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네 옆에서 홍바만의 꽃이 되고 싶단다.
그 꽃 이름은 '홍바라기' ㅋㅋㅋ
홍바라기는 살아서 존재하는 꽃입니다
홍바라기는 아주 무시무시한 가시가 있지만 홍바가 다가오면 가시가 사라집니다
홍바라기는 소리도 고래고래 잘 지르는 꽃이지만 홍바가 "그만"하면 이내 조용해지는 꽃입니다
홍바라기는 이 세상에 단 한 그루 존재하는 참 이상한 꽃입니다
홍비, 아빠가 널 많이 많이 사랑한단다
사랑해 홍비~
2013년 3월 9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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