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아침에 일어나 부산으로 향할 때는 마음이 조금 두근거리기도 하고 사실 어쩌지 하는 불안도 잠시 있었단다
하지만 8개월 전 처음 PET-CT를 찍던 날에 비하면 오늘 검사는 훨씬 침착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란 믿음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단다.
검사를 마치고 얼마 후의 시간이 지나 이윽고 의사 선생님과의 외래 진료 시간 !
영상 자료가 컴퓨터 모니터에 뜨고 의사 선생님이 말없이 자료를 하나 하나씩 넘길 때마다 그 짧은 시간 아빠의 마음은 조바심으로 타 들어 갔단다. 간간히 밝은 형광색 빛이 보이는 신체의 일부분이 보이면 저것은 뭐지? 혹시? 하며 머리 속에 온갖 추리를 다하곤 했단다.
시계로는 1분 정도의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불교에서 말하는 겁(劫)의 시간처럼 느껴졌단다
" 홍비야 이제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구나 "
" 아버님, 여기 처음 것과 비교해 보면 모두 다 사라졌습니다. 비장 쪽, 폐에도 마찬가지고, 겨드랑이, 가슴과 목에도 보이지 않네요 "
" 선생님 고맙습니다 "
사랑하는 홍비야 !
우선 이번 완치의 일등공신은 바로 너구나. 고맙고 그동안 고생 많았단다
'꼭 완치해서 행복하게 살 것이다'는 목표로 힘든 항암과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과 같은 기쁨의 소식을 아빠에게 건네 준 참 의지 강한 딸이구나
예전에 밥이 먹기 힘들 때 밥알 하나씩 포크로 찍어서 이 악물고 먹던 너 모습이 떠 오른단다
아빠가 지난 시간 정녕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화만 가득 차 있었지만 우리 딸은 그 모든 것들을 차분히 하나씩 딛고 이겨냈구나
지난 시간들 너에게 많이 미안했고 그리고 사랑한다
아빠는 온 종일 친구들과 친지들에게 니 소식 전하고 축하의 메시지 받는 다고 오늘은 바쁜 하루가 되었구나
이제 웃으며 아빠도 친구들에게 딸 자랑하며 살아도 되겠지
홍비 역시도 만나는 친구들 한테 마음껏 자랑하렴
오늘 기쁜 소식을 비록 받았지만 그렇더라도 앞으로 건강 관리는 잘해야 한단다
한번의 방심을 용서할 수 있지만 두번은 안되겠지
네 몸의 세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수고 했다는 말을 전해주렴
그리고 씩씩하고 용감하게 몸을 잘 지켜라는 당부도 꼭 하고……
아빠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한동안 수다쟁이가 되련다
Forever 홍바 사랑
사랑해 ~홍비
2013년 3월 28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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