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여기는 필리핀 세부의 막탄섬(Mactan Island)구나
새벽에 공항 도착하여서 숙소로 자리잡은 곳은 비 리조트(Be resort), 홍비의 이름 끝자리와 발음이 같은 데 혹 엄마랑 너가 아빠 몰래 재테크하여 이곳을 산 것은 아니겠지?
비 리조트, 웬지 이름에서 정감이 더 들고 그러기에 한번 더 불러본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몇시간 눈 붙이고 먹는 아침 식사가 입에는 맞니?
쌀도 우리가 먹는 찰기 있는 것과는 품종이 달라서 입안에서 펄펄 날리고 요리들도 향이나 양념이 한국과는 달라서 집에서 먹는 음식과는 차이가 많구나
아빠가 외국에 출장 갈 때 몇가지 생활의 TIP이 있는데 알면 좋을 듯 하구나
먼저 물은 항상 페트병에 든 생수를 사서 마신다
현지 음식을 많이 먹다보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까 소식하고 요리보다는 현지 신선한 과일을 많이 섭취한다.
그리고 아침 식사에는 빵과 원두커피를 먹으면 그나마 큰 무리는 없습니다
여기 막탄섬은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양치질 할 때 느낌이 좋지 않고 그대로 음용하면 배탈이 나기 쉬우니까 양치질 할 때도 따로 구입한 생수를 꼭 사용하도록 하거라
지금 숙소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과 바다 모습이 어떻니?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끝에는 몽실몽실 흰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하늘과 바다가 그대로 만나고 있구나
바다의 모습도 파도 한 점 없이 잔잔하며 배 몇 척만이 향해도 없이 한가로이 정박중에 있단다
또한, 숙소 바로 아래 가까이 내려다 보이는 리조트 모습은 양쪽으로 높은 야자수 나무가 놓여 있고 그 사이로 수영장과 조그마한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그 안에 관광객 몇 명만이 사진을 찍으면서 예쁜 포즈를 취하고 있단다.
그리고 숙소의 넓은 창 앞에는 제비를 닮은 작은새가 한껏 비행 솜씨를 자랑하는구나
평소 같으면 아빠에게 이 시간은 바쁜 월요일인데, 너무 한가롭고 조용함이 당혹스럽고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사는 것에 막연한 동경만 했지 막상 그 안에 들어오니 어색하구나.
오늘 오후부터는 무엇을 할까?
첫 날부터 자유시간이 주어지니 아빠도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구나
아빠도 잠시 숙소에서 쉬었다가 남은 시간들 재미나게 놀고 그렇게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오늘 편지 마무리 하련다. 잠깐만 기다려줘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
이제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마무리하지 못한 편지를 다시 잡는다
너도 봤듯이 우리가 묻고 있는 숙소와 현지 사람들이 사는 곳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구나.
길을 사이로 빈부격차도 눈에 띄게 보이고 많은 젊은 사람들 일자리가 없는지 길에 나와 있는 모습도 보인단다.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 오는 길, 네가 아빠에게 " 아빠 저는 어른이 되면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다니고 싶어요" 라고 한 말을 생각해본단다
이런 생각을 하는 네가 대견하기도 하며 참, 여행을 잘 왔다는 생각도 든단다.
아빠 역시 이곳에 와서 아이들이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미숙한 한국어를 사용하며 "사주세요'하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단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 단지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이유만으로 받는 사랑과 누리는 혜택이 달라지는 것 역시 공정한 일은 아니구나
문화재를 보고,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휴식하는 여행도 좋고 의미 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생활을 보면서 나의 삶과 비교하고 생각하는 여행은 정말 뇌리에 오랫동안 남는 여행이 될 것이란다.
그리고 여기 아이들이 우리 보다 가난하다는 것 뿐이지 그렇다고 우리보다 행복하지 못한다거나 불행하다는 선입견은 없어야 할 것이란다.
왠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네가 잘 알겠지?
사랑하는 홍비야 !
우리 다시 숙소에서 쉬었다가 저녁에는 수영장에서 수영도하고 아름다운 노을도 구경하자구나.
이번 여행의 콘셉은 관광이 아니라 휴식이란다.
이제 돌아갈 때는 많은 이야기들 담아서 집으로 가자.
밤에도 재미나게 놀고……
사랑해 홍비
2013년 4월 8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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