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어제도 저녁 늦게까지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 했기에 많이 피곤하겠다
아빠는 한국에 있을 때 생체리듬 그대로 가지고 있기에 아침 출근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눈이 떠지는구나. 여기가 우리나라 시간과 1시간 차이가 나니까 아빠가 7시에 일어난다면 여기 시간으로는 아침 6시가 된단다.
물론 늦게 일어나고 싶어도 아침이면 이집 저집에 있는 모든 닭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메들리로 울어되는 통에 더 이상 침대 속에 머물러 있기도 힘들겠지?
너는 도시 생활만 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빠가 어릴 때만해도 시골에서 살았기에 아빠는 닭울음 소리가 친숙하단다
아침에 먼 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참 아름답구나.
일출을 보고 있자니 '또 나는 딸의 덕을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오전에 산호초와 열대어가 사는 섬으로 떠난 호핑투어는 어떠했니?
배가 운항을 할 때 보이는 깊은 바다는 짙은 남색이었고 다닐 때 우리가 정박한 곳은 그 바닥이 훤히 보이는 옥색이구나.
아빠는 너무 맑아서 바닥에 있는 돌멩이까지 다 보이기에 별로 깊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풍덩 뛰어들었는데 구명동이를 입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단다.
발도 닿지 않을 뿐더러 그 깊이도 아빠 키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았단다.
화려한 원색의 열대어들이 한가로이 헤엄을 치고 그 녀석들을 쫒다가 아주 짠 바닷물을 함껏 먹기도 했단다. 여기 바다는 우리가 경험한 해수욕장보다도 염도가 훨씬 높아서 속까지 울령거렸단다.
잠시 아빠는 우리를 배워 태우고 온 현지 사람들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또 드는구나.
사람들의 모습도 바다를 닮았는지 모두 다 밝고 순박해서 웃는 얼굴에 그 속까지 다 비치는 것 같았단다.
행복이란 가진 것의 많고 적음도 아니요, 지식의 풍부나 박함도 아니란다.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모두 다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참 행복이 아닌가 ?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남보다 좀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하고, 남보다 좀 더 많이 배워야 사람답다는 생각과 가치관이 팽배한데 여기서는 그냥 흰 이를 드러내고 씩 웃는 것만으로 행복한 곳 이구나.
사람이 만든 물질은 결코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음을 아빠는 보았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너는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또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니?
아빠는 처음 여행을 간다고 생각했을 때 이제야 고백하지만 단지 너의 치료도 끝나고 했으니까 멀리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단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여기서 보고 느끼는 구나
이번 여행은 국내 여행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란다
삶에서의 한가로움도 보이고 무엇보다도 이제 아빠의 눈에는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한국에서는 눈소식이 들리는데 지금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이곳 리조트의 테라스는 너무 따뜻하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있단다.
방금 아빠는 뜨거운 블랙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단다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넓은 바다를 보며 딸에게 Love Letter를 쓰는 아빠도 조금은 멋있는 아빠겠지
그리고 바다 모습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니?
아빠도 빨리 편지 쓰고 우리 방으로 올라가마
돌이켜 생각하면 작년 8월 이곳 만큼이나 태양이 뜨거울 때, 네가 이렇게 빨리 나아서 오늘 여행을 함께 오리라는 예약은 결코하지 못했는데 아빠가 생각한 그 이상으로 빨리 치료되어서 고맙고 또 고맙단다
참, 그리고 김난도 교수님도 아빠 메일로 너의 소식을 듣고는 ' 먼저 축하드립니다. 정말 기적같은 소식이군요. 홍비가 건강해졌다니 정말 다행입니다.'라는 글로 시작되는 답장을 며칠 전에 보내주셨단다.
아빠는 네가 이제 건강한 아이로 돌아왔으니까 이런 아픈 경험을 잊지 않고 어른이 되면 많은 일을 하리라 생각한단다.
오늘도 건강해줘서 아빠는 홍비에게 고맙습니다
사랑해 홍비~
2013년 4월 9일
사랑하는 아빠가
'독백 > 홍바라기의 love letter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love letter 191) (0) | 2013.04.11 |
---|---|
피곤하면 언제든지 바로 쉬기(love letter 190) (0) | 2013.04.11 |
이번 여행의 콘셉은 관광이 아니라 휴식이란다(love letter 188) (0) | 2013.04.11 |
비행 소녀가 된 홍바(love letter 187) (0) | 2013.04.07 |
마할 키타 홍비(love letter 186) (0) | 2013.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