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 지난 밤에 내린 봄비 덕분인지 하천가에 노랗게 유채꽃이 활짝 피어났구나.
어제만해도 보이지 않았는데 하루 사이에 달라진 빛깔이 신비롭기까지 하는구나.
이런 모습을 보면 자연은 우리가 찾을 수 없는 곳에 마법의 시계를 숨겨 놓지 않았는지 하는 의문이 들어서 그 신비한 보물을 찾아 탐험을 떠나고 싶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어렵고 두렵지?
하지만 우리가 길을 가다가 힘들면 잠시 앉아서 쉬어 갈수는 있지만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 수는 없단다.
그것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이미 나의 몸과 의식이 성장하기 때문이란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도 흘러 흘러 바다로 가고 다시 오대양 육대주를 돌아서 하늘로 올라가 또 비가 되어 땅으로 내리는 순환의 이치를 따르듯이 우리 삶 역시 그렇게 순환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란다.
물론 너도 요즘 생각들이 많겠지만 아빠도 그런 네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단다.
하지만 당분간 아빠는 결코 재촉하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응원하며 지켜보려고 한단다.
달리기를 뛰기 위해서도 쉼 호흡을 크게 하고 몸을 여러번 움직이는 준비운동이 필요하듯이 너의 생활 역시 오랜 기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아빠가 염려하는 것은 이런 마음마저도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만 결코 그러지 않다는 것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단다.
이런 것을 기우(杞憂)라고 하겠지?
기우(杞憂)란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고사성어로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한 사람이
‘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 것인가? ’하며 밥 먹는 것과 잠자는 것도 잊고 걱정하였다는 데서 유래하였단다.
그러고보니 2학년부터는 한문이 새로운 과목으로 들어오는데 주말에 아빠랑 서예도 하면서 한문공부 해보는 것은 어떻니?
아빠는 순수한 마음에서 하는 이야기인데 은근히 편지를 빙자해서 한문공부하자는 압력의 고수는 아니란다.
오늘도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우리 딸 지금까지도 잘 했고 또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갈 것이란다.
너무 걱정이나 염려하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자.
그런데 홍비야 ! 넌, 왜 그렇게 예쁜 거냐? 그 비결을 좀 가르쳐줘.
건강하고 아빠가 사랑한단다
사랑해 홍비~
2013년 4월 17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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