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네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너의 꿈과 미래가 무엇이니?(love letter 201)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4. 21. 20:44

사랑하는 딸에게

 

어제는 흐리고 비가 내렸던 날씨였는데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맑게 개였구나.

아침에 우곡사에 약수물을 기르러 다녀 왔단다.

산 입구에 있는 저수지는 물결이 바람에 잔잔히 움직이고 그 위를 물새 두마리가 서로 경쟁하듯이 낮게 날고 있었단다.

오늘은 유독 산 입구에서 작고 예쁜 하얀색 꽃이 눈에 들어오는구나

자세히 보니까 탱자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더구나. 가시가 세고 많아서 누구도 근접하지 않는 나무인데 그 꽃은 예쁘기로는 여느 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밝고 아름다운 자태를 빛내고 있었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탱자나무가 그토록 억센 가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예쁘고 하얀 탱자꽃과 향이 진한 탱자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한단다.

그러고 보니 홍바라기도 좀 가시가 많은 편이고 가시고기 역시 어미가 낳은 알을 지키기 위해서 가시를 세우고 있는 물고기 아니겠니. ㅋㅋㅋ

 

사랑하는 홍비야 !

오후에는 아빠, 엄마, 오빠 셋이서 잠시 바람을 쐬고 왔단다.

너도 함께 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다음번에는 꼭 같이 가자.

그냥 차를 타고 밀양까지 한바퀴 드라이브하고 왔단다.

지난주 다녀온 미나리 밭에 다시 가서 삼겹살도 먹고 이번에는 표충사 아래까지 가서 흐르는 계곡도 보고 물소리도 듣고 그렇게 돌아왔단다.

 

아빠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웠는데 조용히 혼자 있으니까 어땠니?

혹, 따라갈 것인데 하며 후회하지는 않았고, 또 여자라서 자존심 세운 것은 아니겠지?

 

예전에 아빠의 편지 중에 나의 소원이란 편지가 있었잖니?

그 편지만 보아도 아빠가 원하고 바라는 소원이 무엇인지 홍비는 잘 알 것이란다.

그것은 바로 "홍바의 완치"

 

예전에는 아빠가 '완치'라고 하면 그냥 암 질환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만이 완치가 아니란 것을 깨달고 있단다.

 

반 아이스(Van Eys)라는 사람은 완치를 이렇게 말하고 있단다.

'사회적, 정신적 및 신체적 안녕이며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단다.

 

그러기에 다가오는 2학기 때 네가 복학하는 것이 아빠는 많이 기대되고 염려도 된단다.

치료를 마치고 학교로 복귀한다는 것은 단순히 너를 학교라는 공간에 다시 등교시키고 또래 친구들 사회에 합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너가 예전에 품었던 너의 미래에 대한 꿈을 되찾고 그 길을 다시 갈수 있게 해주는 것이란다.

 

사랑하는 홍비야 !

네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너의 꿈과 미래가 무엇이니?

아빠한테 말할 필요는 없지만 눈을 감고 너 자신에게 낮은 목소리로 알려주렴.

그리고 그 길을 향해 한 발자욱씩 내딛자.

 

이제 일요일이 다가고 있단다.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좋은 꿈꾸기를 바랄게.

 

사랑해 홍비~

 

 

2013년 4월 21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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