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홍바라기의 love letter

촉촉이 조용하게 온몸을 적셔주는 봄비 같은 딸이란다(love letter 203)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3. 4. 23. 09:57

사랑하는 딸에게

 

흐린 날씨가 이제는 비를 내리고 있구나.

지금 내리는 비가 땅속에 스며들고 초목을 적셔서는 강산은 더욱 더 푸르게 변하고 강줄기도 힘차게 흐를 것이란다.

봄비라는 녀석은 인간의 감정을 차분하게 만드는 습성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서 차분한 네가 오늘은 더 새침한 모습으로 되어 있겠구나.

 

봄비하면 떠오르는 노래 중에는 '이은하'라는 가수가 부른 봄비가 아빠는 제일 먼저 생각난단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참 매력적인 가수였는데 …….   

 

' 봄비 속에 떠난 사람 ♬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

 

그리고 김설하 시인의 '그대 봄비처럼 오시렵니까'란 詩도 참 좋구나  

 

그대 봄비처럼 오시렵니까

                                  -  김설하 -

 

밤새 잠 못 이룬 나의 창가에
속삭이며 내리는 봄비가
내 마음으로 스며들어
온 가슴 빗소리로 자욱해지면
꽃잎 되어 스러질 것만 같습니다.

 

물먹은 솜처럼 외로움에 젖어서
영원히 가라앉아 버릴까봐
잠 못 이루는 날 많아져서
비되어 하염없이 떠내려가다가
그대 가슴으로 스며들고픈
하루가 갑니다.

 

마음 꽁꽁 묶어 놓아도
보고픔은 자꾸만 커지고
맨발로 뛰쳐나간 길 위에 서 있는
그림자 하나 내 것 같아서
눈감고 가슴을 닫아도
되돌아 뛰어가고 싶은
어른거리는 얼굴이 나를 울리는
그대 봄비처럼 내게 오시렵니까

 

사랑하는 홍비야 !

시인의 詩를 읽다보니 너 생각이 많이 난단다.

아빠에게서 홍비는 촉촉이 조용하게 온몸을 적셔주는 봄비 같은 딸이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봄 향기에 취해 봄비를 맞다보니까 온 가슴에 비가 다 스며들어서는 수줍은 듯이 머리를 털고 다시 바라보는 그런 비.

 

우리가족을 비에 비유하면 어떤 비일까?

오빠는 봄비 같지만 장화를 신고 물 웅덩이에서 첨벙첨벙 물장난하고 싶은 비

엄마는 차분하고 조용하면서 좀 차가운 성격이니까 가을비 우산 속 같은 느낌의 비

그럼 아빠는 어떤 비일까? 그것은 나중에 아빠 퇴근하면 네가 이야기 해줄래?

  

그래 지금도 계속 비가 내리는 구나.

오늘 따뜻한 차 한잔 내어 마시면서 이 비를 맘껏 감상하거라.

 

가끔은 아빠 생각도 해주고 …….

 

건강해야 한다.

 

사랑해 홍비~

  

 

2013년 4월 23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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