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잘 자고 일어났니?
근래들어서 취침 시간이 늦어지는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어떨까한다.
오늘 하늘 한번 쳐다보았니?
맑고 푸르디 푸른 하늘이 활짝 펼쳐져 있구나.
이런 날은 넓은 바닷가에 앉아서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파도를 보면 낭만적일 것 같구나.
지금쯤은 엄마랑 부산 가는 고속도로 한가운데 있겠구나?
병원 외래 잘 다녀오고 사소한 것이라도 이상징후나 불편한 것들은 의사선생님에게 전부 말해주어야 한다.
사랑하는 홍비야 !
아빠가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좋은 책이 있어서 너에게 소개한단다.
그 책은 바로 어제 편지에서도 언급한 마이클샌델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다.
현대 사회는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고 이것을 황금만능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이러한 시대에 진정으로 윤리와 공정성, 부패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가진 도덕성을 기준으로 한 경제활동을 주장한 마이클샌델 교수의 주장은 용감하고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된단다.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단다.
…… 부유함이 지닌 유일한 장점이 요트나 스포츠카를 사고 환상적인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면 수입과 부의 불평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영향력, 좋은 의학치료, 범죄의 온상이 아닌 안전한 이웃에 자리한 주택, 학력 저하를 보이는 학교가 아닌 엘리트 학교 입학 등을 포함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점차 많아지면서 수입과 부의 분배가 점점 커다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고파는 세상에서는 돈이 모든 차별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책은 딱딱한 철학 이야기보다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문제를 드러내고 의견을 나타내었단다.
또한,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면 본래 가지고 있던 순수한 의도가 변질된다는 경고를 시종일관하고 있단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는 교도소감방 업그레이드, 러시아워 시간에 돈으로 카풀차로 이용, 인도인 대리모 서비스, 미국 이민 권리, 국회 줄서기를 통한 방청권, 진료 예약권, 친구와의 우정, 인간의 장기매매, 여성의 성, 아동매매, 책읽기 등 사회 전반에 두루 걸쳐 있단다.
사랑하는 홍비야 !
너에게 있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지 너에게 있어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와 사람들은 누구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렴.
그러한 것들이 많을수록 너는 행복하고 또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강인하고 건강해야 되겠지?
아빠도 아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아빠가 되기를 약속하마.
외래 진료 잘 받고 집에서 봐.
사랑해 홍비~
2013년 4월 25일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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