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
2003년 대한민국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소아암 학생들의 치료와 병원생활로 인해 학습권 침해가 발생하고 이에 대한 지원대책이 없어 학년유예를 당한다는 사실이 공개되고 2005년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소아암을 비롯한 건강장애가 특수교육 대상자로 진입하면서 소아암 학생에 대한 학습권 보장이 명문화되고 건강장애라는 테두리에서 학생들에 대한 화상강의, 병원학교 지원의 근거가 되었다.
어쨌든 2013년 현재, 질병으로 인한 학년 유예와 유급은 제도권의 보호 테두리에서 방지되고 있다.
하지만 건강장애학생에 대한 교육당국의 접근 및 인식은 '유예방지'에서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전혀 미동이 없다.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병원학교와 화상강의 제도를 소아암 학생의 학습권 보장 제도로 홍보하고 있고 최근들어 학습권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지만 이것은 분명 잘못되었다.
한번도 온전하고 재대로 된 학습권 보장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대학의 특별전형 제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교육대학교의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에는 11개의 교육대학교가 있다.
이 교육대학교의 입시요강 중에는 '특수교육 대상자 전형'이란 것이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인 등록을 마친 특수교육대상자' 에 한정하고 있다. 건강장애의 경우 특수교육 대상자이기는 하지만 많은 건강장애학생들은 장애인이지는 않다. 특수교육 대상자이면서도 자격이 되지 못하는 이 부분은 제도 개선이 되어서 모든 특수교육 대상자로 확대되어야 하며 일반 대학의 경우도 현실은 마찬가지다.
건강장애가 특수교육법의 테두리에 들어는 왔지만 이 후 세부적인 환경과 지원에서 바뀐 것은 '학년 유예'를 제외하고는 없다.
교육은 교육의 룰과 테두리에서 전개해야 되고 분명 등급이나 수첩을 지닌 장애인은 아니지만 현격한 학습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특수교육 대상자인 건강장애 학생들에게까지 대학입학의 기회는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분명 밝히지만 '사회적 배려'의 차원을 넘어선 '기회균등'의 시각과 정책에서 펼쳐지고 개선되어야 할 제도이다.
교육의 기회가 왜 중요한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굳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TV를 틀면 일부 연예인들이 '자신의 자녀 교육을 위해 수 십억원을 투자했다.', '기러기 아빠지만 잘 지낸다.' 등의 내용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일부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에서 법을 어겨가며 또는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자녀들을 국제학교에 입학시켜서 망신을 산 기사들도 많이 접하게 된다.
그 만큼 이 사회에서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고 그 방편으로 수 많은 자본과 자신의 지위를 활용하여 사회적 비난도 무릅 쓰고 자기 자녀에 대한 교육의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많은 기업체와 단체에서 나름 소아암 아이들에 대한 열성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꼼꼼이 살펴보면 많은 활동이 사진찍기 좋은 일회성 놀이 지원이고 심각하게 교육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여기에 참가하는 소아암부모들 역시 이제는 문제 의식을 가지는 동시에 과연 이러한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내 아이의 치료와 정서에는 어떤 도움이 되고 또 나는 이 활동을 아이의 삶에 어떻게 연결해줄 것인가?'라는 깊은 고민과 해답을 얻은 후에 참가하여야지 그렇지 못하고 그냥 무상으로 진행하는 행사이므로 간다는 생각과 참여는 그만두기를 당부드린다.
분명 소아암 아이와 그 부모는 기업체나 각 단체의 홍위병이 아니다.
기업의 1차적 목표는 바로 '이윤창출'이다.
기업이 소아암에 대한 지원과 활동을 하는 목적에는 분명 순순한 마음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이왕 내는 세금에서 얼마 더 보태어 기업 이미지 재고에 투자하는 의미도 크다고 생각한다.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그 소식을 들은 소아암 학생들은 비록 어리고 청소년기이지만, 이미 죽음의 문턱 앞에서 나름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그 너머의 삶까지도 진지하게 고민을 한 성숙한 인격체다.
이 아이들이 힘든 항암 치료를 견디어 이겨 내기까지는 나름의 목표와 약속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완치를 하여 '부모의 품으로', '친구들의 품으로', '학교의 속으로' 되돌아 간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며 이 아이들이 어른들도 고통스러워하는 각종 검사와 항암 치료를 잘 받아 내는 것을 우리는 아이들이 먼저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로 인식하고 그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또한 이 아이들이 사회의 품으로 안전하게 들어 올 수 있도록 보호하고 안내해야 할 책임이 있다.
러시아의 교육자 수호믈린스키가 저술한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이란 책 본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 수업시간에만 학생들과 만나는 교사는 아이들의 영혼을 모른다. 그리고 아이들을 모르는 사람,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과 꿈에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은 교사가 될 수 없다.'
이것은 현대 교육의 문제점을 적날하게 말하면서 그 대책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일선 학교의 공교육은 '점수', '서열화'로 오염되었고 전인교육의 헌장은 사문화 되어버렸다.
각 고등학교는 서울 소재의 상위 대학에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한 입시의 장으로 과열되었고 대학마저도 더이상 학문을 탐구하는 곳도 아니고 괄목한 연구 성과를 내었다는 것이 자랑이 아닌 취업율 몇 퍼센트가 대학의 위신과 자랑, 홍보의 장으로 전략해 버렸다.
천문학적인 국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대학이 기업체에 입사시킬 신입사원 훈련장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국가의 존재 목적과 교육의 목표는 '기업의 이윤창출'과 '신입사원 교육의 장'이 절대 아니다.
다함께 사는 공동체와 사회적 인격체를 구성하는 것이 그 존재의 이유일 것이다.
또한, 수호믈린스키의 교육철학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공자가 '三人行 必有我師'라고 했듯이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바로 교사이고 스승이다.
내가 교사이고, 내가 부모이고, 나는 건강한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분께 감히 부탁 드립니다.
소아암 아이들이 내민 손을 잡아주시고 소아암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 받아 주세요.
그리고 진지한 고민을 함께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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