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관련 글 모음/대체보완의학

[스크랩] 암중모색(5) : 사즉생, 생즉사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5. 7. 30. 11:54

 

언젠가 인류가 암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 올까.

애석하게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암세포에는 '불멸(不滅)'이라는 특성이 프로그램 돼 있기 때문이다

진화학적으로 보면 암은 몸속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가장 확실하게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세포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의 저명한 암생물학자 로버트 와인버그는

"우리는 오래 살게 되면서 언젠가는 모두 암에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암의 실체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표현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현숙 교수 '암의 기원')

 

있어서는 안 될 어떤 존재를 암적 존재라고 하는데 이는 참 적절한 표현인 게,

인체의 암세포는 사회의 암적 존재인 조폭과 아주 유사하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정상세포의 돌연변이로 생겨나듯이,

정상인이 범죄자로 전락하여 조폭이 된다.

암세포가 인체 메카니즘의 자율 통제를 무시하듯,

조폭 또한 규범이나 법망의 제어장치를 준수하지 않는다.

암 세포가 주변 정상세포에 침윤 전이하는 특징이 있듯,

조폭도 타인의 권익을 강탈하며 세력을 확장시킨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도 아주 유사점이 많다.

암 치료 방법중 수술요법은 암 조직을 일거에 제거하는데,

이는 조폭전담반이 일시에 조직을 습격하여 일망타진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또한 일정한 주기로 항암제를 사용하는 약물치료 요법은,

조폭조직을 서서히 해체해가며 섬멸시키는 과정과 비슷하다.

 

아울러 근본적 치료를 않으면 반드시 암이 재발하듯,

조폭 또한 발본색원 않으면 언제고 재건된다.

따라서 다른 암세포들을 생산해 내는 줄기세포,

하위 깍두기들을 양산해내는 조폭보스

이런 근본을 완전무결하게 제거하지 않는 한 어떠한 공격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암과 맞딱드리고 나서의 짧은 기간 동안에 밤샘해가며 읽어댔던 책들이

암의 실체에 근접하기 위해서 얼마만큼 도움이 될까 헤아려 봤으나

아무리 후하게 줘도 삼국지 전권의 한 페이지 만큼도 안될 것 같다.

 

그만큼 암의 세계는 깊고도 넓었으며

그만큼 절망과 좌절이 주는 강도와 빈도는 더해 갔다.

최첨단 과학기술과 최고 두뇌로 무장한 현대의학에도 허점이 많았으며

유구한 전통과 신묘한 비법을 내세우는 대체의학 또한 부실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도 그나마 위안을 삼은 한마디는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우주가 움직이는 것을 본다”는 파스칼의 말...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알기 위해 바닷물을 다 먹을 필요가 없듯이

암의 세계를 알기 위해 암 관련 모든 지식을 찾아 헤맬 필요도 시간도 없었다.

암 관련 책은 어지간히 읽었으니 아이에 맞는 투병과 간병 전략을 짜야 했다.

 

이런 내게 지표가 됐던 책의 저자 세사람은

다치바나 다카시, 데이비드 쉐르방, 신갈렙.

 

다치바나 다카시는

우리나라의 이어령 교수 레벨의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인데

전처의 폐암과 자신의 방광암을 계기로 암에 대한 객관적인 탐구를 시작한다.

일본은 물론 세계각국의 암전문가와 암센터를 직접 취재하는 열정을 보인 그는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직까지 암을 얼마나 이해하지 못했고,

암을 극복하는 길도 얼마나 험난한지를 엄중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들려준다.

그의 메시지는 어떤 의미에서 “암은 또 다른 자기 자신”이기도 하니까

“암과 싸우지 말고 함께 사는 것을 창의적으로 모색하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데이비드 쉐르방은

인지신경학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뇌분야 저명 12인중 하나로 선정된 사람으로

뇌종양에 걸려 세 번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겪으면서도 20여년을 생존하였다.

그 또한 세계적인 박사이며 의료인이었지만 막상 암에 걸리자

암전문의로부터 전혀 조언다운 조언조차 얻지 못했던 그는

현대의학의 맹점을 보완한 항암음식 항암마인드 위주의 자연건강관리법으로

우리 몸의 자연방어체계를 이용해 암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전파하며

“나는 암이라고 진단을 받기 이전보다 암이 생긴 후에

훨씬 더 건강한 것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을 깨우쳤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신갈렙씨는

우리나라의 중견그룹사의 대표이사를 11년 역임한 사람으로

2006년 육종암으로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모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간, 폐, 십이장과, 모든 림프절 등 전신에 전이가 되자 병원치료를 포기한 뒤

시골로 내려가 독학을 통한 자연치유와 철저한 신앙치유로 회복한 사람이다.

암의 치유 방법론에 못지 않게 암 때문에 비로소 알게 되는 소중한 것들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진지한 자세로 “당신의 암을 낭비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아이의 뇌종양에 대한 중심 질문도 이 분들을 통해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암이란 무엇일까?.... 다치바나 다카시의 공존론

어떻게 하면 나을까?.... 데이비드 쉐르방의 우리 몸 자연방어체계 활용

암을 통해 무엇이 달라지는가?....신갈렙의 암 때문에 알게 된 소중한 것들

 

이를 토대로 아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선결조건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첫째, 고칠 수 있느냐 VS 고칠 수 없느냐

둘째, 얼마나 사느냐 VS 어떻게 사느냐

셋째, 병원치료냐 VS 병원 밖 치료냐 (즉 현대의학이냐, 대체요법이냐)

 

이중에서 두 번째 항목을 놓고 실로 엄청난 고민과 갈등을 겪었는데

어찌보면 지극히 간단한 명제이면서도, 끝 모를 복잡한 선택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가 알았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한 교집합을 겨우 만든 그 순간에

졸지에 무용지물이 되어 원점으로 되가는 망연자실함을 부지기수로 반복했다.

 

아니 너는 왜 사서 고생하니? 그냥 남들 하는 대로 병원에 안심하고 맡겨...

네가 아무리 혼자 공부해봤자 머리좋은 의사 집단을 따라 갈 수 있겠니?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수많은 환자들이 그럼 헛수고하는 바보들이냐?

나중에 애가 잘못되면 그때 너 얼마나 땅치고 후회하려고 그러냐?

 

차라리 내가 암에 걸렸더라면 이리도 갈팡질팡 고민은 안했을 터

아이의 생명과 인생이 애비의 선택에 달렸다는 현실이 기막히기만 했다.

통계적으로 몇 퍼센트 생존한다는 것은 전체로서의 비율이 나타내는 숫자일 뿐

당사자에게는 사느냐 죽느냐의 백퍼센트 아니면 제로의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존재한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라는 말처럼 통계에는 오류가 빼곡히 숨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를 전혀 무시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의 뇌종양을 내 입장에서만 단정해 본다면

생존율이 상당히 낮으며,

생존했더라도 생존기간이 짧으며,

생존기간이 길더라도 재발율이 높다...로 압축할 수 있었다.

 

어쨌던 선택은 빠를수록 좋기에 방향을 정했다.

약물에 의존해서 연명만을 위해 고통속에서 힘겹게 투병하는 것 보다

가족과 함께 지내며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생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쪽으로...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 한다면 산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며 결정을 했다.

 

자연히 세 번째 항목인 병원치료냐 병원밖치료냐는 후자로 결정이 된거다.

그러자 친인척과 지인들에게서 찬반양론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암환자라면 누구나 겪었을 그런 치열한 내외적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증폭됐고

미치지 않으면 다행이라 할 정도로 이거냐 저거냐를 놓고 또 다시 갈등했다.

 

거기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지치고, 가끔 흔들리는 내 자신도 싫기에

병원의 후속조치를 거부하고, 전부터 점찍었던 산속의 요양센터로 내려갔다.

뇌 수술 시 떼어낸 뼛조각을 붓기가 빠진 뒤 재조립하려면 2주 남았는데

나중에 올라와서 하겠다고 의사에게 말하고 그대로 탈출하듯 내려 간거다.

 

수술부위 머리는 커버 뼈 없이 말랑말랑한 상태라 위험천만했고

넘어지거나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그런 상태로.....

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이구아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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