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관련 글 모음/대체보완의학

[스크랩] 암중모색(4) : 아는 게 힘, 모르는 게 약

홍바라기의 love lettet 2015. 7. 30. 11:47

사슴은 화려하고 우아한 자신의 뿔에 교만에 가까운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볼품없이 바싹 마른 다리에는 늘 원망을 해댔다.

어느날 사자에게 쫓겨 전력으로 도망치다 숲속으로 들어 갔는데

그만 나뭇가지에 뿔이 걸려 옴짝달싹 꼼짝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구박덩이 발이 날 살리는가 했더니, 애지중지 뿔 때문에 내가 죽는구나”

  (이솝 우화중에서)

 

아이의 병이 악성뇌종양 4기에다 희귀성인 원시외배엽성(P.N.E.T)이라니....

뇌부위는 암이라 부르지 않고 뇌종양이라 하고,

또한 말기라 하지 않고 4기라 부른다고 하나 ....어쨌던 말기암이다.

도대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부부는 뭐하고 자빠졌던 걸까.

 

결혼 후 10년 만에 겨우 얻은 외동아들, 속칭 ‘금쪽같은 내 새끼’이다.

나의 사형제 중에 이 아이만 유일한 사내, 즉 '장손'이니 오죽 귀하겠는가.

친인척의 각별한 관심속에 풍족하게 그러나 넘치지 않게 키워 왔던 아이다.

그러다 보니 때론 지나치다 유별나다 말 들을 때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성장 과정중에 뇌종양의 원인이 분명 있을 거라 싶었다.

원인없는 결과 없다 했으니, 원인 규명부터 해야 방도가 나올것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정말 오만가지 과거의 일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5살 때 아이들과 장난치다 돌멩이에 머리 타박상 입었는데... 혹시?

레고를 워낙 좋아했던 녀석이 조립중에 가끔 조각을 빨았는데 그게....

내가 발톱무좀이 좀 있는데 아이와 함께 욕조에서 자주 물놀이 한 것도 원인이?

일년 전에 아버님 산소 묘태석 공사를 했는데 그게 뭐 잘못됐었는지...

키에 비해 살집이 없어 안먹이던 패스트푸드를 먹게 허락했는데 그것도 이유가...

아이가 제법 공부재능 있기에 내친 김에 선행학습 시킨게 스트레스 받았을지도....

항공여행하면 방사선 노출 있다던데 해외 30개국을 가족여행 다닌 것도 걸리고...

배려심 많고, 심성 곱고, 참을성 많아 늘 착하다 칭찬해 줬던 게 속병을 키운건가?

 

우리부부가 아이에게 뭘 잘못해 줬기에 이런 끔찍한 병에 걸렸을까 되짚어 보다가

되려 잘 해주려 했던 것이 오히려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에 생각이 미치게 되자

아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 못잡아 황망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뇌종양의 경우 전조증상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구토를 하거나,

토사를 하거나, 말을 더듬거나, 두통을 호소하거나 한다는데...

아이는 딱 한번의 구토와 딱 한번의 두통외에는 증세가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 증상이야 여느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경미한 정도 아니던가.

 

아이의 뇌종양 발병은 온 친인척과 지인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그들이 보내오는  암 치료에 관한 정보의 양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세 명 중 한 명은 암으로 죽는다니 주변에 경험자가 좀 많겠는가.

그 사람들이 알려주는 각종 정보들 병원, 의사, 약품, 식품, 각종비법등은

이구동성이 아니라 각인각색과 백가쟁명을 거쳐 다기망양에 이르게 했다.

 

따라서 우선 내 스스로 암에 대해 철저히 무장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했다.

자칫 야비하게 들리겠지만 주변인들이 걸렸다는 유방암, 대장암, 갑상선암은

아이의 뇌종양에 비하면 뭐 별거 아니다라는 공포와 불안이 나를 짓눌렀다.

 

책을 참 좋아하는 편인데다, 직장에서 분석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있기에

시중의 암 관련 책자는 중복 안되는 범위에서 모조리 구입해서 독파 시작했다.

또한 인터넷의 암 카페에 가입해서 경험자의 귀한 조언을 검색해서 분류했고,

미심쩍은 자료의 통계나 출처등은 국회도서관 자료를 참고해 비교해 정리했고,

각종 세미나와 단체에도 시간 나름대로 참석해서 정보를 습득 축적했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에게나 아내에게나 다짐을 해두면서 한 말이 있다.

아이 S대학 보내려는 꿈 포기하고, 이젠 우리가 S대학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뇌종양 치유방법에 대해 죽어라 공부해야 겨우 살릴까 말까이니 정신 차리자고....

 

평상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진리일까 아닐까 자문한 적이 많았다.

어떠한 유무형의 사유 대상도 핵심에 진입했다고 여기는 순간 외연은 확대되기에 그랬다.

암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아는게 힘이 되는게 아니라, 모르는게 약이 될 정도로 깊고도 넓은 세계였다.

 

아이를 병원에만 맡기면 다 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고,

그렇다면 병원밖 치료가 대체수단으로 옳으냐 하면 그것도 전부가 아니었다.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all or nothing 생사의 문제였다.

그 죽음의 경계선에서 서로 내가 옳다는 의료진과 경험자들의 의견이 팽팽했다.

 

병원선택, 병원밖선택, 의사선택, 치료방법선택, 약품/보조식품선택, 운동선택....

하나하나마다 총론에서는 당위성을 띄다가도 각론에 들어가면 극과극 대립이었다.

알면 알수록 혼란스러웠고, 모르면 모를수록 두려워졌고

뒤이어, 알면 알수록 두려워졌고, 모르면 모를수록 혼란스러웠기에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할 수있는 일의 범위는 극대와 극소를 넘나 들기에 바빴다.

 

수술 끝난지 겨우 2주 경과했기에 상황변화에 따라 대응할 여유는 있는지라

어쨌거나 모든 정보에 관한 선택과 집중은 내 몫으로 두어 계속 진행했고,

우선, 아이에게는 병원식사 대신 집에서 만든 유기농 곡채식을 먹이도록 했다.

 

2주 그 짧은 기간에 아이의 몸 상태는 입원 전에 비해 확연히 나빠졌다.

체격은 말랐어도 체력만큼은 또래중 으뜸이었는데 옛말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수술의 부작용 탓인지 시신경과 운동신경에 미세한 변화가 나타났다.

 

아이는 똑바로 걷는다고 하나 어깨 한쪽으로 기울어 그 방향으로 가고,

왼쪽 눈 1/3 가량이 뿌옇게 안보인다고 고개 돌린채 더듬거리곤 했다.

축구 연장전까지 펄펄 날던 아이가 화장실 가는 것도 힘겨워했고,

속 꽉찬 배추처럼 탄탄했던 근육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말랑거렸다.

 

 


 

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이구아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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